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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앙칼진 칼바람이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겨우내 언 땅 밑에서 포복해 있던 달래, 냉이, 씀바귀 등 봄나물이 고개를 내밀고, 봄의 전령사인 개나리, 매화도 수줍은 듯 노랗고 붉은 꽃잎을 틔우며 삼천리강산에 새 봄이 왔음을 알린다. 갖가지 꽃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지만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피는 웃음꽃이다. 제아무리 기화요초가 맵시를 자랑한다 해도 사람의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꽃만은 못하다. 웃음꽃은 어떻게 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기쁨과 행복, 마음의 평화라는 감정의 거름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슴에서 피어난다.

꽃은 피고 또 피어도 사람들의 얼굴엔 여간해서 웃음꽃이 피지 않는다. 얼마 전에 치러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선 감격의 눈물 속에서 한바탕 웃음꽃을 피워냈는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각박한 삶 속에 부대끼다 보니 어느새 웃음을 잃어버렸다. 영어로 봄은 스프링(spring)이라 한다. 스프링은 '튀어 오른다'는 뜻이다. 땅 속에서 잠들어 있던 온갖 섭생이 튀어 오르니 그런 표현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봄의 문턱에서 튀어 오르는 삶의 의욕을 펼쳐야 할 대학 졸업생들이 높은 취업의 문턱에서 번번이 주저앉는다. T.S. 엘리엇의 시구처럼 그들에게 봄은 희망의 계절이 아니라 번민의 계절이요, 잔인한 계절이 될 것이다.

대학마다 이때쯤이면 취업률을 발표하며 정신없이 자기 학교 알리기에 열을 올리는데 학교당국에서 발표하는 취업률 통계가 도대체 믿기지 않는다. 어떤 학교에서는 군 입대나 인턴, 주 18시간미만의 취업자까지도 싸잡아 졸업생 취업률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재학 중에 학자금을 대출받은 학생들은 졸업 하자마자 대출금 상환 부담이 바위덩어리처럼 가슴을 짓누른다. 빚까지 내어 대학을 다녔지만 만만한 직장이 없다. 각 기업체에서는 봄바람이 불면서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다소 늘리고 있으나 지방대 출신에게는 여전히 좁은 문이니 이를 어쩌랴.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공무원은 바늘구멍이요 환경미화원을 뽑는 데에도 모래가마니 들기나 달음박질 등 체력 측정에서 합격을 해야 하니 젊은이의 고뇌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취업문제로 결혼을 미루다 보니 이 또한 출산율 저하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처자식을 먹여 살릴 능력이 있어야 결혼을 할 게 아닌가.

정치권에서의 웃음꽃도 시들해지고 있다. 세종시 공방전, 청주·청원 통합 무산 등 정치적 이슈 속에 웃음꽃은 사라지고 험상궂은 대결 모습이 곳곳서 펼쳐지고 있다. 선거의 계절을 맞아 공천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장삼이사(張三李四)가 출사표를 내며 저마다 상머슴임을 읍소하고 있다. 곳곳에서 공천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터져 나온다. 유권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선진국에서는 선거가 하나의 축제형태로 치러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사생결단의 전쟁터일 뿐이다. 선거판의 웃음꽃은 생기를 잃은 조화(造花)다.

우수, 경칩이 지났건만 농촌 들녘에도 활력이 없다. 비료 값, 농약 값 빼고 나면 뼈품도 안 나온다. 게다가 수입농산물이 범람하여 국내 농산물은 경쟁력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봄이 왔으니 그저 습관적으로 농사일에 나설 뿐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은 옛 말이 되었다. 농부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지난주에는 제철을 잃은 함박눈이 내렸다. 비닐하우스 등이 폭삭 내려앉아 큰 피해를 냈다. 복숭아꽃, 살구꽃 대신 눈꽃이 활짝 피어났다. 이런 풍파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선거판의 플래카드는 봄바람에 머리채를 흔들고 있다.

도시인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지 않는다. 실직한 가장의 얼굴엔 웃음꽃 대신 인생의 주름살이 깊게 팬다. 더욱이 최근에 발생한 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으로 분노의 물결이 회색공간으로 번져 나간다. 교도소를 들락거리던 김길태가 여중생을 납치, 성폭행하고 살해하였다. 피해자 이모양은 13살의 꽃다운 나이를 접고 한 줌의 재가 되어 이승을 떠났다. 한참 인생의 꽃을 피울 시기에 꽃봉오리도 펼치지 못하고 꽃잎을 떨군 것이다. 당나라 시인 동방규는 한나라 원제(元帝)때 흉노족에게 시집을 간 천하미인 왕소군(王昭君)의 처지를 떠올리며 '봄이 와도 봄이 아니다(春來不似春)'라는 유명한 시를 남겼다. 우리는 어떡하든 실종된 봄의 웃음꽃을 되찾아야 한다. 꽃 중의 꽃인 웃음꽃을 잃는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 앞 다퉈 피어난다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웃음꽃은 이기심이 아닌 이타심으로 욕망의 잔을 비울 때 비로소 우리 주변에서 다시 피어난다. 웃음꽃을 피우는 일은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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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