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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02.27 13:13:2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고 배삼룡, 코미디언

1974년 배삼룡의 인기는 김창숙 이미자 차인태 급이었다. 76년에는 박노식 고은아 김세레나 하춘화 만큼 돈을 벌었다.

서영춘 이기동 구봉서와 배삼룡이 종횡무진하는 일요일 초저녁의 MBC TV '웃으면 복이와요'를 못 보면 다음날 친구들의 대화에 낄 수 없었다. 만화가 길창덕의 '꺼벙이'와 더불어 배삼룡은 어린이들을 명랑하게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배삼룡은 CF스타이기도 했다. '산에 가야 범을 잡고 먹어봐야 맛을 알지, 시락면', '유니버설 전자밥통, 유니버설 보온도시락'을 광고했다. 이 물건들은 꽤 잘 팔렸다. 하지만 직접 벌인 '삼룡 사와' 요구르트 사업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실패했다. 대성공이었다면, 시청자의 즐거운 시간은 짧아지고 말았을 것이다.

슬랙스틱 코미디의 교과서인 배삼룡은 바보처럼 보이려 애쓴 프로페셔널이다. 대통령 노무현, 추기경 김수환 등 자타칭 바보들과 일정한 교집합을 이룬다. 이미 55년부터 악극단의 사회자로 활약했다는 사실이 방증이다. 비실거리다 넘어지는 MC는 없다. 혀 대신 몸을 택했을 뿐 배삼룡은 개그맨이기도 한 셈이다.

체력소모가 큰 연기 스타일 때문인지 그의 취미는 정적이었다. 꽃가꾸기를 좋아했다. 일찌감치 전원주택에서 화초를 돌보며 살았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은 상당부분 배삼룡 덕분에 널리 알려진 곳이다.

고인은 개그맨들의 롤모델일 수 있다. 아동드라마, 요즘의 시트콤인 시추에이션 홈코미디드라마에 처음 캐스팅된 코미디언이 배삼룡이다.

방심하는 여자들에게 인기라는 사실도 닮았다. 웃기는 남자를 싫어하는 여자는 별로 없다. 미녀와 결혼하는 개그맨이 흔한 이유다. 진작 배삼룡이 닦아놓은 길이다. 배삼룡의 여성편력은 아주 화려했다고 전해진다.

'영구' 심형래 출현 전까지 '바보'는 '삼룡'과 동의어였다. 배삼룡은 당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그렇게 군림했다. 걸출한 바보가 안 보인다. 심형래는 영화제작자가 됐다. 이창훈, 오재미도 TV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코미디는 크게 다섯 가지다. 말장난, 바보짓, 자학, 흉내내기다. 상황 반전을 통한 웃음은 국내 코미디 여건상 기대난망이다. TV 개그 프로그램의 각 코너가 대개 허겁지겁 용두사미라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코미디가 콩트라면, 개그는 직소퍼즐 끼워맞추기다. 콩트에는 고정배역이 필수이지만, 퍼즐 한 조각은 빠져도 대세에 지장이 없다. 대강의 그림을 알아볼 수 있다. 개그맨 방송 수명이 하루살이처럼 돼버린 원인이다.

78년 언론학자 최정호는 배삼룡을 '영원한 지진아'로 정의했다. "도시화 돼가는 한국의 촌뜨기, 공업화 돼가는 세상의 농사꾼, 서구화 돼가는 서울의 바지저고리, 근대화 돼가는 한국의 모든 대목에 항상 뒤처진 낙오자…."

비난이 아니다. "배삼룡의 촌스러움, 바보스러움은 누구나 다소간은 간직하고 있는 보편적인 한국인의 분신이요, 아니 인간 일반의 분신이요, 바로 사람스러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계급·계층 고착화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유효한 분석이다. 개그맨이라면 '바보'를 노려봄직하다. 유행과 무관하게 무대가 보장되는 재주다. 단, 실제로는 바보가 아니라는 느낌을 언뜻이라도 내비치지 않는 내공이 요구된다.

기사제공:뉴시스(http://ww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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