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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02.09 17:03:2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선시대에 민간인은 아무리 큰 집을 짓고 싶어도 99칸 이상 지을 수 없었다. 그 이상 지으면 궁궐 규모가 되기 때문이다. 권문세도가의 대문은 솟을 대문이 많았다. 이는 저택의 품격을 높이기 위함이지만 가마를 타고 드나드는데 불편함이 없게 하는 실용성도 작용한 것이다. 집의 칸수는 정면 칸수와 측면 칸수를 곱한 것이다. 정면 4칸, 측면 2칸이면 8칸짜리 집이다. 초가삼간은 정면 3칸 측면 1칸이다. 기둥과 기둥 사이를 1칸이라고 한다. 99칸 하면 방이 아흔 아홉 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면과 측면을 곱하여 99칸이 되는 것을 말한다.

궁궐과 민가가 다른 것은 문지방 여부에 있다. 마차가 통과해야 하는 궁궐은 문지방이 없으나 민가는 제아무리 커도 문지방을 만들었다.

조선시대 지방관아 건축 규모를 보면 일정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관아 중에서 목사(牧使), 현감(縣監)이 집무하는 곳을 동헌(東軒)이라 한다. 동헌은 목(牧)의 경우 28칸 정도 된다. 청주목 동헌 청녕각(淸寧閣)은 정면 7칸, 측면 4칸으로 28칸 건물이다, 충주목 동헌 청녕헌(淸寧軒)도 마찬가지로 28칸이다. 현(縣)의 동헌은 목(牧)보다 1칸 정도 작다. 청안현의 동헌은 정면 6칸, 측면 3칸으로 18칸이다. 그러나 이 동헌은 도내 동헌 중 치목(治木)이 가장 잘 돼 있다. 사당, 정려, 서원, 향교 등도 일정 규모를 벗어나지 않았다. 사당은 대개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였다. 관공서와 교육기관의 건물을 더 크게 지을 수도 있었으나 민폐를 걱정하여 일정 규모 이상을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1998년도에 폴란드 우찌시로 취재를 간 적이 있다. 우찌시는 충북도처럼 바다가 없는 폴란드의 내륙도다. 마침 인터뷰 차 우찌 주지사를 방문했다. 집무실은 초라할 정도로 검소했다. 10여평 규모에 탁자와 응접세트가 고작이었다. 1989년에는 청주시와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일본 돗토리시(鳥取市)를 방문한 적이 있다. 시장 집무실을 찾았는데 검소하기 짝이 없다. 바닥에는 카펫도 깔지 않았다.

외국의 관공서는 시의 중심지에서 한발 비켜나 있다. 중심지는 대개 광장이나 공원, 박물관, 성당 등이 점유하고 있다. 여간해서 관공서가 노른자위를 차지하고 있지 않다. 물론 뮌헨 시청같은 유서 깊은 건물은 그 자체가 관광 명소로 하루 종일 관광인파가 붐비고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관공서는 거의가 요지를 차지하고 있다. 건물 규모도 웅장하여 위압감을 줄 정도다.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의 관공서는 대부분 랜드 마크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일제의 식민통치 잔재가 여기에도 남아있는 것이다. 식민통치를 하려면 건물부터가 위압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관공서 건물은 소박하다. 관공서를 크게 지으면 관리비가 많이 들어가고 이를 충당하자면 세금을 많이 거둬들여야 한다. 초호화 궁궐을 짓고 거들먹거리다 거덜 난 나라가 어디 한 둘인가. 진시황의 아방궁은 진나라의 쇠락을 재촉했고 천하미인 서시(西施)를 위해 호화궁궐을 지었던 오왕 부차도 그 호사를 다 누리지 못하고 월왕 구천의 공격을 받아 패망하였다.

민주화 시대에 관청 건물은 최소주의를 지향해야 한다. 민을 위하여 원활히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족해야 한다. 그럼에도 요즘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기 분수에 넘치는 호화청사를 경쟁적으로 짓고 있다. 무슨 광역·기초단체 청사가 10층, 18층 매머드 건물로 지어지는 걸까. 요즘 일부 지자체의 건물 신축 규모를 보면 마치 대기업의 본사 건물을 연상케 한다. 어느 자치단체에서는 무려 100층 짜리 복합건물로 신청사를 짓겠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질책이 있었음에도 불구, 호화청사 신축을 여러 지자체에서 강행하고 있다. 그 청사를 운영관리하려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인가. 물론 건물의 일부를 임대하여 그 수익으로 관리비를 뽑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관리비는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민폐를 걱정하여 관청 건물의 크기를 제한하였거늘 민주화 시대인 오늘날 오히려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내 집 키우기 신드롬을 무슨 수로 막아야 할지 모르겠다. 민폐를 우려하여 소를 타고 다닌 정승 맹사성의 청빈함을 반추해봐야 겠다. 우리는 툭하면 동양최대, 세계 최대 등 대(大)자 콤플렉스에서 허우대기 일쑤다.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작은 것은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다. 지방자치제란 모름지기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다. 지자체의 분수에 맞는 관공서를 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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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