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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만물은 통합과 분할의 논리 아래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통합을 하는 개체와 분할을 하는 개체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개체가 두 논리를 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햇빛은 하나의 색깔로 존재하는 것 같으나 프리즘을 통과하면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등 일곱 가지 색깔로 변한다. 합치면 하나고 나누면 일곱이다. 나무의 가지와 뿌리는 물과 햇빛을 찾아 분할을 계속하지만 나뭇잎은 햇빛을 원료로 하여 광합성 작용을 부단히 전개한다.

원자폭탄은 핵분열을 이용한 것이요, 수소폭탄은 핵융합을 이용한 것이다. 태양은 핵융합의 원리아래 거대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지만 태양계의 행성으로 에너지를 방출할 때는 분할의 논리아래 골고루 그 빛을 나누어 준다. 전쟁을 할 때 대군(大軍)이 한 곳에 밀집해 있으면 대단히 위험하다. 그 상태에서 적의 집중포화를 받으면 전멸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적벽대전에서 서서(徐庶)의 연환계에 걸린 조조의 백만 대군은 제갈공명, 주유의 화공(火攻)을 받아 크게 패했다. 배 멀미와 수전(水戰)에 약한 조조의 군사들이 배를 한데 묶어두었다가 동남풍을 탄 오나라의 화공에 초토화 되었다.

바둑도 통합과 분할의 논리를 잘 이용해야 이길 수 있다. 기본 포석에서 한 곳에 바둑돌을 중복 배치하면 든든하기는 하지만 다른 곳의 집을 빼앗기게 된다. 바둑판에서 돌이 뭉치면 여간해서 이길 수 없다. 포석은 분할의 논리아래 적당한 간격을 두고 돌을 배치해야 한다. 상대방이 무섭다고 한곳에 뭉치면 망하게 된다. 바둑에서 돌이 뭉친 것을 '포도송이'라고 하는데 이런 형태가 자주 나오면 백전백패다. 돌의 고저장단과 균형 감각이 맞아야 한다. 바둑에서 이기려면 우선 포석의 모양이 예뻐야 한다.

전자시계가 나오기 전인 1970년대까지는 '시계 분해소지'라는 게 있었다. 시계 수리공이 한쪽 눈에 두툼한 렌즈를 끼고 맡긴 시계를 분해하여 부품을 청소한 후 다시 조합했다. 기계식 시계는 정기적으로 이 작업을 해야 수명이 길고 시간이 잘 맞았다. 이 또한 분해와 통합의 작업이다. 따라서 통합은 미덕이고 분할은 부덕이라는 일반적 통념은 틀린 말이다. 세계의 역사 또한 분할과 통합이라는 자연의 법칙아래 흥망성쇠를 거듭해 왔다.

오늘날 충북은 이 두 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 청주·청원 통합은 말 그대로 통합의 논리요, 세종시 건설은 분할의 논리다. 청주·청원은 애당초 하나였다. 청주목(淸州牧)은 연산(燕山 ), 목주(木州) 2군과 진천, 전의, 청주, 도안, 청당, 연기, 회인 등 7현을 관할하였다. 1932년 청주는 청주읍 시절을 거쳐 광복 이듬해에 청주부(淸州府)로 있다 1949년 8월15일 청주시로 승격되었다. 1946년 미군정하에 청주읍은 청주부로 승격했고 청주군은 청원군이 되었다. 이때부터 청주·청원이 분리되었으나 행정적 분리였을 뿐 생활권은 연리지처럼 하나였다. 천년고도인 청주로 보면 헤어져있던 64년은 아주 짧은 기간이다. 분할의 법칙아래 잠시 이별했던 청주·청원이 이제 다시 상봉을 하려 하는데 그 일이 쉽지 않다. 흩어졌다가 모이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건만 행안부의 데드라인이 가까워 오는 데에도 청원군 의회는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세종시 청사진은 분할의 논리아래 탄생한 것이다. 세계화, 지방화의 물결이 거센 현대사회에서 서울 1극체제로는 급변하는 시대조류를 수용하기가 매우 힘들다.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살고 경제력의 70%가 서울에 몰려 있고 문화의 대다수가 서울에 집중된 기형적 구조로서는 21세기를 대처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다이어트가 절실한 서울과 빈사상태에 놓인 지방을 동시 발전시키기 위해 내놓은 것이 세종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건설이라는 카드다. 그중에서는 세종시 건설은 지방 균형 발전의 가이드라인이다. 세종시가 교육과학을 중심으로 한 경제도시로 변질되면 나머지 기업도시나 혁신도시도 그 영향을 받아 추진 동력을 잃게 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런 분할의 논리나 세종시 건설의 당위성은 다 어디로 가고 효율성만 난무하고 있다. 세종시 건설이 마치 충청도민에게 큰 선물이라도 되는 양 급조된 수정안을 내놓으며 생색을 내고 있는 것이다. 당초 충청도민들은 세종시를 건설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정권이 바뀌자 세종시가 요동을 친다. 앞으로 정권이 바뀌면 세종시는 또 어떻게 될 것인가.

국책사업은 바위처럼 무거워야 한다. 정권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밑그림을 자꾸 바꾸면 작품만 엉망이 된다. 모든 것을 분할과 통합이라는 자연의 논리아래 순응하여 추진한다면 해답은 저절로 구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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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