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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01.26 11:27:4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요노스케 이야기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은행나무(2009년)

찬 겨울바람에 얼어버린 두 손을 입김으로 한 번 불어 보지만 쉽사리 녹지 않는다. 어디에 던져뒀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 길거리 표 벙어리장갑이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눈이 묻은 신발을 툭툭 털고 서점 문을 밀고 들어선다. 하지만 절대 '베스트 셀러' 코너 앞으로는 가지 않는다. 내 느낌대로 책을 고르고 싶기 때문이다. 갑자기 따뜻한 곳에 들어와서 일까, 아니면 '청춘'이라는 단어에 열기가 오른 것일까, 두 뺨이 발그레 머리가 어질해진다. 두 글자만으로도 특별해 지는 느낌, 나의 '청춘'은 어떤 열병으로 채워졌을까.

지극히 단순한 스토리이다. 빈틈투성이, 엄벙덤벙, 헤벌쭉 속편한 녀석. 늘 타이밍을 못 맞추는 어리바리 열여덟 청춘, 요코미치 요노스케. 소설은 그의 첫 도시에서의 대학생활 1년을 담았다. 그의 삶은 나와 너와 크게 다를 것 없이 평범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는 생동감 넘치는 삶의 조각들로 채워져 있었다. 뭐랄까. 따뜻한 봄 햇살이 가득한 잔디밭에 누워 여유롭고 편안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즐길 때의 기분이랄까.

요노스케의 이야기 중간 중간, 중년이 되어버린 요노스케의 주변인들의 회고가 들어있다.

"요노스케와 만난 인생과 만나지 못한 인생이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봤다. 아마도 달라질 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청춘시절에 요노스케와 만나지 못한 사람이 이 세상에 수 없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왠지 굉장히 득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 또한 수 많은 요노스케를 만났고, 만나게 될 것이다. 더불어 나도 분명 누군가의 요노스케 일 것이다. 어쩜 누군가의 요노스케 였을 것이다. 나는 어떤 요노스케 였을까. 나는 어떤 요노스케가 될까. 거기 지나가는 당신, 안녕!

미치도록 즐거워!

오다나 지음/ 이른아침(2009년)

"나는 공연을 보며 그들의 몸이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반짝이는 초콜릿빛 피부와 탱탱함이 느껴지는 단단한 근육들. 헬스장에서 무거운 쇳덩이를 들어올리고, 단백질 보조제를 먹으면서 만든 근육이 아닌 삶을 통해 얻은 생활 근육이 섹시하고 아름답다. 원주민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어떤 훌륭한 공연보다도 더 절절하게 다가왔다."

아, 이 느낌!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나 역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페뷔스의 '괴로워'에 맞춰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고통스러움을 표현하는 5명의 남성 댄서들의 몸짓을 보며 처음으로 인체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동! 비록 저자와 내가 감동을 느낀 대상은 다르지만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알기에 생각만 해도 다시 뜨거운 감동이 올라온다. 가장 원초적인 것에서 받는 감동. 자연과 인간이 주는 감동. 이것이 저자와의 공감일까.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꿈꾸던 그녀가 트럭을 타고 아프리카로 떠났다. 하루에 꼭 두 번씩 샤워를 해야 하고, 필름은 끊길지언정 이중세안은 반드시 해야 하는 그녀가 물도, 화장실도, 전기도 제대로 없는 곳에서 잘나가던 직장도 잘 생긴 신랑도 버리고, 40일간 미친듯이 즐겁게 놀다 왔다. 아프리카에만 있는 트럭처럼 생긴 버스를 타고 광활한 자연이 선사하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행. 신혼여행은 꼭 아마존강 횡단 10박 11일 크루즈 선을 타겠다고 외치던 나, 트럭으로 바꿔 타 볼까.

이헌경/동주초 사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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