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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에 청주문화원은 어린이 문화교육 확대를 가늠하며 복대동, 가로수 길이 시작되는 지점인 서울 아동병원 지하에 어린이 전용 미술관인 '청주어린이 미술관'을 개관했다. 학교 공부에 찌든 어린이들에게 예능교육, 인성교육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서울 아동병원은 메세나 차원에서 건물의 지하 공간을 어린이 미술교육을 위해 기꺼이 내놓았고 수천 만 원에 달하는 실내 인테리어 비용까지 부담했다. 병원 측은 이 공간을 청주문화원에 무료로 임대해주었다.

143㎟에 달하는 이 공간은 어린이의 재능을 펼칠 꿈의 공간이다. 청주시내에 화랑은 여러 곳에 달하나 어린이 전용미술관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단 청주뿐만이 아니라 어린이 미술관은 전국에서도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교육문화의 도시에다 학습도시로 지정된 청주의 캐릭터에 꼭 맞는 일이다.

관장은 아동미술교육을 깊이 연구하고 있는 서양화가 김경민 씨가 맡았다. 김 씨는 개관 기념으로 대성초등학교 6학년 곽우영 군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우영이는 이 전시에서 '신기하네·' 등 3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그려온 그림들을 성장기의 파노라마처럼 펼쳐보였다. 우영이의 소박한 꿈과 재능이 화폭에서 배어나온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노트북을 동원한 설치작업도 눈길을 끈다.

이중에서 관람객의 관심을 끄는 작품은 최근에 그린 작품전의 표제인 '신기하네·'와 '요즈음 아이들'이라는 작품이다. "신기하네·'에서는 두 그루의 벌거벗은 나무가 대칭을 이루고, 하늘에는 달과 별이 반짝이며 땅위에는 벤치에서 휴식하는 사람과 강아지 등 여러 애완동물이 묘사되어 있다.

우영이는 개막전에서 표제 그림을 미술평론가 뺨 칠 만큼 설명하여 관람객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이 그림에는 나무가 두 그루 있는 게 아니 예요. 오른쪽에 있는 한 그루는 자연의 나무이고 왼쪽에 있는 것은 나무 가지가 아니라 그 나무의 뿌리입니다. 우리는 나무를 볼 때 나뭇가지, 잎 새 등만 보려하고 나무뿌리는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무는 뿌리가 있어야 물을 빨아올려 가지와 잎 새를 자라게 하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게 하잖아요. 그래서 뿌리의 고마움을 알리기 위해 그 뿌리를 지상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생 텍쥐베리의 '어린왕자'를 연상케 하는 설명이다.

그렇다. 우리사회엔 언제부턴가 뿌리 잘린 나무들이 생명력을 잃고 비실비실 말라가고 있다. 그리고 같은 유기체인 뿌리와 줄기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어린왕자가 걱정하는 바오밥 나무가 지구를 망가뜨리고 소통의 부재가 인간사회를 한없이 외롭게 만들고 있다. 인류는 화석연료를 다 파먹고 그 빈 공간에 산업폐기물, 생활쓰레기 등 온갖 잡동사니를 파묻고 있으니 이것이 곧 지구를 멸망시키는 바오밥 나무가 될 것이다.

오래전 이야기다. 어느 대통령이 어느 지역을 시찰하는데 산에 나무가 없어 지방 관리들이 급한 김에 뿌리 없는 나무를 꽂아놓고 녹색 페인트를 마구 뿌렸다는 일화가 있다. 탄소동화작용을 하지 못하는 나무는 나무가 아니다.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밀림은 해마다 구멍이 나고,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부채질하고 있으며 그로인한 해수면의 상승은 인류의 삶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인류의 생존 해법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영이의 그림이 말해주듯 작은 실천에 있다. 나무가 건강하려면 뿌리가 잘 뻗어야 한다. 맑은 물과 영양분으로 우선 뿌리를 적셔주면 나무는 어김없이 새순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종당에는 옹골찬 열매를 맺는다. 욕심을 접고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를 정성껏 가꾸기만 하면 지구는 우주 중에 가장 아름다운 초록별이 될 것이다. 우영이는 '요즈음 아이들'이라는 작품에서 인간소외를 지적한다. 투명한 정육면체 안에 갇힌 아이는 이곳을 탈출하려 발버둥 쳐도 큼지막한 자물쇠를 풀지 못한다. 교실과 학원을 오가며 점수의 기계가 되어가는 아이들, 다른 아이들과 대화를 끊고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 앞에는 희망이 없다. 새해엔 이 아이들에게 마음껏 뛰어놀 운동장과 시간을 마련해주자. 어른이 빼앗은 아이의 꿈을 우영이의 그림에서처럼 다시 아이에게 돌려주자. 어린왕자가 걱정하지 않는 녹색공간과 소통의 통로를 만들어 사랑과 믿음과 희망의 메시지로 가득 채우는 새해를 설계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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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