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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때쯤이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 약방의 감초처럼 쓰이고 있다. 너무 요식화 되고 상투적인 문구여서 올해는 가급적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지난 1년의 족적을 돌아보니 그 문구를 또 끄집어낼 수밖에 없다.

김수환 추기경이 세상에 한줄기 빛을 남기고 선종한데 이어 노무현, 김대중 두 분 대통령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다. 우리 사회의 거목을 연이어 보내면서 인생무상과 정치권력의 덧없음을 다시 실감하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팝의 황제로 반세기를 풍미했던 마이클 잭슨도 세상을 떴고 청주대 출신 여성 산악인 고미영 씨는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에, 직지원정대 민준영 등반대장과 박종성 대원은 안나푸르나 히운출리 북벽에 청주와 충북과 대한의 명예를 심으려다 설산에 몸을 묻었다. 비록 그들은 만년설에 투신하였지만 도전정신 만큼은 한 송이 에델바이스가 되어 히말라야에 영원히 피어나리라…

신종 플루의 창궐은 참으로 걱정할 만한 일이었다. 겨울로 접어들며 기세가 한풀 꺾이긴 했으나 이 해괴한 바이러스는 지구촌의 곳곳을 강타하며 인류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다행히 타미플루로 바이러스의 공격을 꺾고 부랴부랴 개발한 백신으로 방어선을 구축했지만 잔여 바이러스를 완전히 소탕하지는 못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개인의 소중한 삶과 인류의 행복이 질병으로 인해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난 한해에 절감했다. 인류의 바람은 일방적인 베토벤 바이러스의 전파에 있으나 세상 만물은 선(善)만으로 구성되지 않는 모양이다. 인류가 바라던, 바라지 않던 선(善)과 악(惡), 병(病)과 약(藥 )은 2인3각 경기처럼 한 짝이 되어 찾아들게 마련이니 이를 어쩌랴.

미국에서는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였다. 각국을 떠돌며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냈던 버락 오바마가 흑인차별의 시각이 존재하는 미국에서 여러 난관을 뚫고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는 인류사에 남을만한 신선한 충격이지만 인류의 발생이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다는 학설에 의하면 새로운 사건이 아니라 100만 년, 200만 년 전으로 복귀를 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서 아직도 포연이 자욱하다. 유엔에서는 그토록 인류평화를 외치는데 어째서 전쟁은 그치지 않는 것일까. 전쟁은 평화의 전제조건인 모양이다. 인류가 지구촌에 등장한 이래 전쟁이 그친 적은 거의 없다. 포에니 전쟁, 트로이 전쟁, 십자군 전쟁, 적벽대전, 세계1, 2차 대전 등 역사의 행간은 전쟁의 상흔으로 얼룩져 있다. 그 전쟁터를 뒤돌아보면 승리도 패배도 영웅호걸도 모두 사라지고 흙먼지만 날릴 뿐인데 말이다.

연말로 접어들며 충남북은 세종시 수정 논쟁에 휘말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의 변함없는 추진을 열두 번이나 약속하고도 결국은 자신의 약속을 뒤집었다. 당초 9부2처2청이 내려오기로 돼있던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수정안이 제시되며 이를 접고 교육 과학이 중심이 되는 경제도시의 추진될 모양이다. 결국 세종시는 지방균형발전의 기준점으로서 역할이 퇴색되었고 경제도시로서의 수정 불똥은 충북으로 튀면서 블랙홀과 빨대효과로 인한 오송 첨복단지의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난처한 입장에 빠진 정우택 지사는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이라는 4자성어로 착잡한 심경을 에둘러 토로했다.

청주·청원 통합 논쟁은 1년 내 계속되었어도 시원한 결말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연말로 접어들며 정치권에서는 통합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으나 청원군 의회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로 보면 시·군 통합에 절반정도 찬성하던 청원군민의 의사가 60%대로 늘면서 분위기가 통합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그 숙제는 연내에 풀지 못하고 내년으로 넘기게 됐다.

인생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다. 그래서 매번 마무리 장단을 다사다난과 송구영신이라는 문구로 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헌 달력을 뜯고 새 달력을 걸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이다. 한해를 돌이켜보면 이룬 것보다 이루지 못한 것이 훨씬 많다. 연초에 금연을 마음먹었으나 이 또한 작심삼일이다. 어제는 그립고 오늘은 불만스럽고 내일은 불투명한 것이 인생사이니 거창한 계획을 세워놓고 공수표를 내는 것보다 그저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훨씬 알찬 삶이리라…

황금보다는 현금이 좋고 현금보다는 지금이 좋다고 한다. 과거에 집착할 필요도 없지만 현실을 즐기는 것을 죄악시 할 필요도 없다. 영원도 결국 하루하루가 모인 것이다. 불쾌한 기억들일랑 저 어둠 속에 묻어버리자.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 희망을 설계해 본다. 기축 년이여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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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