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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에 사는 시인 송찬호 씨가 드디어 일을 냈다. 창작문화의 창달과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1993년 교보생명의 창업자인 대산 신용호(1917~2003)가 제정한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대산문학상 시 부문에서 송시인은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으로 큰 타이틀을 따냈다. 그의 작품은 최종심에서 백무산, 나희덕, 김기택, 정희성 등 한국 시단에 내로라는 중진들과 겨룬 끝에 올해의 수상자로 결정됐다. 시상금 3천만 원도 짭짤하지만 그보다도 수상작이 영어, 불어, 스페인어 등 5개 국어로 번역되어 소개된다는 점이 더욱 매력을 당기게 한다. 이미 그의 시가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이름 있는 문학지에 소개되고 하버드 대학의 한국문학 교재에 실린 적이 있지만 본격적으로 번역되어 외국에 알리는 일은 이번부터 추진되기 때문이다. 보은 관기리에서 살고 있는 그는 시골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써 세계화에 앞장서게 되었으니 보은 차원을 넘어서 충북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대산 문학상 시 부문 역대 수상자를 보면 송 시인의 중량감이 상대적으로 느껴진다. 1993년, 고은 씨를 필두로 이형기, 황동규, 정현종, 김춘수, 신경림, 황지우, 최승호, 이성부, 김지하, 김광규, 이성복, 김명인, 김사인, 남진우 씨에 이어 송 시인이 수상했기 때문이다. 그의 실력은 이것으로 인해 객관적으로 입증되었으며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할 만한 시인으로서의 위치를 굳히게 됐다. 역대 수상자 중 특이한 점이 있다면 충북출신이 3명(신경림, 김사인, 송찬호)이고 보은 출신이 2명(김사인, 송찬호)이니 충북의 저력도 보여준 셈이다.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 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나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게 아무 것도 없구나/ 여기에 이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보렴"

수상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에서 시인은 동물과 절묘하게 대화하고 교감한다. "송찬호 시인의 시의 매력은 풍부한 상상력이다. 새로운 문체로 한국시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는 심사평처럼 송시인은 사물에 대한 접근방식은 남다르다. 사물에 대해 그만의 방식으로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지만 "찔레나무 덤불 아래서 오월의 뱀이 울고 있다"(찔레꽃)든지 "그가 오늘 처형됐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오늘밤 그곳에도 달이 뜨리라"(역병이 돌고 있다)는 구절에서는 촌철살인의 전율을 느끼게 한다. 아무튼 그는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의자' '붉은 눈, 동백'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등 네 권의 시집을 통해 김소월의 서정성에서부터 서정주의 탐미주의에 이르기까지 여러 유형을 아우르며 그만의 목소리로 새로운 시어를 직조한다.

"요즘의 제 시는 상상력이 소진되어 꾸깃꾸깃할 뿐입니다" 시어에 대한 뛰어난 연금술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수상소감은 겸손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 그는 김수영 문학상, 미당문학상, 동서문학상에 이어 대산문학상, 현대충북예술상(문학부문) 등 굵직한 문학상을 휩쓸었지만 우쭐댈 줄도 모르고 남 앞에 나서기도 꺼려한다. 문학단체의 단체장 등은 더욱이 안 맡으려 한다. 시인은 오로지 작품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겉멋하고는 아예 담장을 쌓다. 헐렁한 바지에다 점퍼차림이면 그만이다. 넥타이를 맨 모습은 수상식장에서나 볼 수 있다. 언제나 낮은 자세로 접근하는 그이기에 김수영 문학상을 탈 때만 해도 상당수의 이 고장 문인들은 "송찬호가 누구야"라고 의문부호를 찍었다. 송 시인은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시인인데도 막상 충북에서는 낯설게 느껴지니 어찌된 까닭일까.

보은에서 발간되는 주간신문 '대추고을소식'이 12월 3일자 1면 머리기사로 송 시인을 소개했다. '조용히 보은을 빛내는 시인 송찬호'라는 제하로 그의 면면을 취급했다.남광우 편집위원장이 대산문학상 시상식까지 동행하여 밀착 취재했다. 신문에서 문화예술인이 머리기사를 차지하는 일은 매우 드믈다. 대부분 정치, 행정기사로 1면 톱을 세우기가 보통인데 이 신문에서는 그런 격식을 파괴라도 하듯 송 시인을 이처럼 비중 있게 다루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이는 격식의 파괴가 아니라 응당 추구해야 할 뉴스 밸류로 아주 신선한 충격이다. 신문에 시인이나 음악인, 미술인 등 문화예술인이 1면 머리기사를 자주 차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나라가 문화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으며 세계화의 무대에서 리더의 자리에 설 수 있다고 본다. 시인의 힘이 낙후된 보은과 충북발전에 새 동력으로 작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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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