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은 과연 몇 부가 발행되었을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20여부 정도에 그쳤을 것이라는 게 서지학자들의 일반적 견해다. 1234년에 인쇄된 고려 첫 번째 금속활자본인 '고금상정예문'의 발행부수가 28부인 점을 감안하면 '직지' 또한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만약 수백 부를 발행하였다면 오늘날 청주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직지 찾기 운동이 훨씬 탄력을 받고 직지의 발견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질 터인데 불행히도 당시의 직지 간행부수는 그리 많지 않아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오늘날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직지 하권 외에도 또 다른 직지 상·하권의 존재 가능성은 상존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마치 한강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지난 1990년대부터 충북참여자치연대의 전신 격인 청주시민회에서는 문화운동의 일환으로 직지 찾기 운동을 활발히 전개했으나 직지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전국 각 사찰을 누비고 여러 도서관을 섭렵했으나 직지는 아직껏 나타나지 않고 있다. 몇몇 인사는 중국까지도 탐방하면서 직지 찾기에 나섰으나 허탕을 치고 말았다. 지금껏 청주고인쇄발물관을 비롯하여 여러 문화단체에서 직지 찾기 운동을 벌인 결과 진본은 찾기 못하고 다만 직지 필사본 1권과 흥덕사에서 인쇄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비도량참법집해'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직지를 초록한 백운화상이 한 때 거주한 곳이 성불사(成佛寺)여서 직지와의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성불사는 황해도 해주, 부산, 창원, 괴산 등 전국 각지에 존재하여 어느 곳이 백운화상과 관련이 있는 성불사인지 밝혀내지 못했다. 괴산 성불산의 성불사가 직지와 관련된 사찰이라는 것이 일각에서 제기됐으나 답사결과 절터만 확인하였을 뿐, 직지와의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직지의 북한 존재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었다. 같은 한반도인데다 해주의 성불사 또한 백운화상과의 행보와 어떤 관련성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직지의 북한 실존 파동은 이번 충북일보의 보도까지 합치면 벌써 세 번째다.

첫 번째는 지난 2001년 9월20일 밤 KBS-1TV가 북한 리포트를 통해 인민대학습장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소장한 '만년달력' '대동여지도' 등 고서와 함께 직지가 있다는 그들의 주장을 방영한 적이 있다. 그들의 주장대로 이것이 진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런 기대는 빗나가고 말았다.

TV를 통해 방영된 직지 겉표지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직지 하권의 글자체나 책제목이 똑같다. 직지 하권은 오랜 세월의 틈바구니에서 겉표지가 떨어져 나가 조선시대에 소장자가 임의로 다시 장정을 하고 붓글씨로 '直指'라는 책 제목을 새로 써넣은 것이다. 그러므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직지와 또 다른 인쇄본은 책 제목이나 장정이 다르다. 북한이 주장하는 직지는 손때가 잔뜩 묻은 책자가 아니라 금방 인쇄한 듯한 상태여서 진본이 아니라 영인본임을 알 수 있다.

그로부터 4년 후 정종택 충청대 학장이 남북태권도 교류차원에서 북한을 방문했다가 묘향산 보현사에서 직지를 목격하고 이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여 다시 직지 진위논쟁이 일었으나 이 또한 진본이 아니었다. 고서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종이가 너무 깨끗했고 간기에 찍힌 붓 두껍 무늬가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직지와 똑같다. 이 붓 두껍은 충청리뷰의 보도대로 인쇄당시의 자국이 아니라 후세 소장자가 특정문구에 임의로 표시해둔 것이다.

따라서 이 역시 영인본으로 판명됐다. 이번에는 충북일보가 직지 찾기와 관련된 기사를 보도하며 직지 찾기에 다시 불을 당기고 있다. 중국에 거주하면서 한국과 북한을 연결하는 버터 무역을 한다는 정모 씨는 북한의 거래상으로부터 "평양에 직지 상·하권 각 1권씩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소유자가 100만 달러를 요구한다"는 말을 전해왔다. 그러나 그가 보내온 책 표지 사진은 직지가 아닌 細祉尋警(세지심경)으로 직지와 관련이 없는 서적이다.

오늘날 직지의 존재 가능성은 1%, 아니 0.1%에 가깝다. 직지는 각 사찰이나 도서관, 특히 불상의 복장 유물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남북한 및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어디엔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 가능성은 희박하나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흥덕사에서 찍은 또 다른 금속활자본이 발견된다면 꿩 대신 닭이다. 직지 찾기는 계속돼야 한다. 비록 직지를 찾지 못한다 해도 이를 계기로 사장된 귀중한 고서가 빛을 볼 수도 있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