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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의 정치학

손민정(지은이) | 음악세계, 256쪽, 1만6천원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트로트는 구세대층이 선호하는 음악, 단순하기 그지없는 네 박자의 낡아빠진 노래 장르 정도로 취급받았다.

경제적으로는 하층민, 세대로는 중장년층 이상, 예술성으로는 저속하고 촌스러운 수준의 노래 등이 트로트를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또 음악적 양식의 변화를 외면하고 언제나 비슷한 리듬, 비슷한 전개, 비슷한 가창력, 가수마다 비슷한 의상(남성가수의 경우 8:2의 가르마에 반짝이 의상, 부담스러울 정도로 느끼한 연기 표정) 등이 강하게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사회에서 트로트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신세대 트로트 가수 장윤정이 공중파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엔터테이너로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 세기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만큼이나 한국의 가요, 문화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1999년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장윤정이 트로트 전문 가수로의 변신은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라디오, 인터넷, 휴대폰 벨, 컬러링 등의 분야에서 급속히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트로트 스타가 탄생했다.

일리노이 주립대학(음악학과) 객원교수를 지낸 손민정씨가 일제강점기에서부터 오늘날까지 한국 근대사와 맥을 같이한 음악장르 트로트를 소재로 '트로트의 정치학'을 펴냈다.

이 책은 '뽕짝'이라는 비하와 일본 엔카의 아류라는 폄하 속에서 오늘날의 트로트가 있기까지 트로트의 형성, 성숙, 지역화, 전통화의 과정을 연대기 순으로 다뤘다.

21세기 초 장윤정의 등장은 장기화되는 국내 음반시장의 불황을 극복하는 장르로 트로트를 급부상시키는 계기를 가져왔다. 기존의 장르가 10·20대에 집중된 편향된 마케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지닌 반면, 트로트는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친근하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는 음악 장르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마케팅 기법으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수용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트로트가 있기까지를 연대기 순으로 보면 '트로트의 형성(1920년대 중반~1945년)', '트로트의 성숙(1945년 독립~1970년대)', '트로트의 지역화(1980년대~1990년대 초)', '트로트의 전통화(1990년대~현재) 등 네시기로 구분된다.

작가는 이 책에서 지난 1980년대 '뽕짝논쟁'에서 정작 트로트 음악의 생산자와 수용자가 소외된 점을 지적했다. 당시 기성문화에 저항적이었던 젊은이들과 민족주의적 지식인들의 비난으로 트로트 음악이 일제강점기가 남긴 부끄러움으로 매도되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또 일본 엔카의 아류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미국의 록이나 한국의 트로트가 자연스럽게 장르로 자리 잡으며 통용된 데 비해 일본의 엔카는 국가적 개입을 통해 만들어진 전통가요 장르라고 주장했다.

/ 김수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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