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대전충남본부
[충북일보] 세종과 대전에 있는 주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의 금고(金庫)가 비어가고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난이 심해지자 금융기관에 맡긴 돈을 많이 빼내기 때문이다. 생활이 어려워진 시민들이 은행에서 빌리는 돈도 크게 늘고 있다.
◇세종 금융기관 수신은 1월 증가에서 2월엔 감소로
정부세종청사가 있는 세종시에는 기획재정부를 비롯, 정부 18개 부(部) 가운데 3분의 2인 12개가 몰려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국토연구원·산업연구원 등 15개 국책연구기관도 지난 2013~17년 수도권에서 세종으로 이전했다.
인근 정부대전청사에도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해 특허청·관세청·조달청·통계청·산림청·문화재청·병무청 등 주요 청(廳) 단위 정부기관과 코레일(한국철도공사)·한국철도시설공단·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세종과 대전의 금융기관들은 다른 지역 금융기관들에 비해 공공기관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부터 전국으로 확산된 코로나19로 인해 세종과 대전지역 금융기관들의 수신(受信·예치 받는 돈)은 증가폭이 크게 축소되거나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가 '2월 중 세종·대전·충남지역 금융기관 여수신(與受信·들어오거나 나가는 돈) 동향' 통계를 22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충남을 포함한 본부 관할 3개 시·도 전체 금융기관의 수신 증가액은 1월 6조9천412억 원에서 2월에는 1조9천464억 원으로 4조9천948억 원(72.0%) 줄었다.
금융기관 종류 별로 보면 예금은행은 2조7천271억 원에서 3조837억 원으로 3천566억 원(13.1%) 늘었다.
그러나 신탁회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은 1월에 4조2천141억 원이던 수신액이 2월에는 -1조1천372억 원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월간 증가액이 -5조3천513억 원(-127.0%)에 달했다.
특히 새해초를 맞아 1월에 3조1천551억 원이었던 세종은 2월에는 -1조2천969억 원을 기록, 감소로 전환됐다.
대전도 3조5천737억 원에서 1조5천620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거의 없는 충남은 2천124억 원에서 1조6천813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은 "예금은행은 공공기관들의 운영자금 예치 등으로 인해 증가폭이 확대됐으나, 비은행금융기관은 (정부 부처들의) 국고 예치 규모가 줄면서 감소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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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은 1월 감소에서 2월에는 증가로 전환
수신과 달리 금융기관들이 빌려주는 돈인 여신(與信)은 증가폭이 확대됐다.
3개 시·도 전체 증가액이 1월 2천568억 원에서 2월에는 6천19억 원으로 3천451억 원(134.4%) 늘었다. 지역 별로 보면 △세종이 501억 원에서 1천122억 원으로 621억 원(124.0%) △대전이 1천776억 원에서 3천523억 원으로 1천747억 원(98.4%) △충남은 291억 원에서 1천374억 원으로 1천83억 원(372.2%)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로 활동이 위축된 기업들은 5천967억 원에서 4천 880억 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신용대출 등이 늘어나면서 1월에 -1천643억 원이던 가계대출은 2월에는 1천563억 원을 기록, 증가로 전환됐다. 경제난이 심해지자 시민들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많이 빌렸다는 뜻이다.
주택담보대출도 월간 감소액이 768억 원에서 187억 원으로 줄었다.
특히 올 들어 주택 매매거래가 활발해진 세종의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2억 원(감소)에서 +47억 원(증가)으로 전환됐다.
세종 / 최준호 기자 choijh595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