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효도전화 365' 효문화 정착 계기 되길

2009.08.27 16:05:06

얼마전 지인의 소개로 취재를 하게 된 A 씨는 공직사회의 중간관리자다.

그를 만난 이유는 9순에 가까운 노모와 장모를 한집에 모시고 산다기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요즘같은 세상에 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를 만나 두분의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얘기를 들으면서 내 자신이 몹시 부끄러워졌다.

정정한 노모를 모신다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거동조차 불편한 두 분 어머니의 손과 발이 돼어 사는 그의 삶에 대한 경외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학교급식 종사원으로 일하면서 두분 어머니의 모든 뒷수발을 하고 있는 아내를 옆에서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만 했을뿐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는 거동이 불편한 두 분 어머니를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저녁으로 말 벗이 돼주고, 살던 집마저 넓은 평수로 옮길 정도로 효성스런 아들이자 사위였다.

그를 만나고 돌아설때 그가 던진 한마디가 아직도 큰 울림으로 남아있다.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우리 가족과 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도덕적 가치의 최고로 여긴다.

이런 효의 실천을 강조하는 경구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참에 입에 담기 민망할 정도로 패륜적인 사건들이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비록 패륜은 아니더라도 일상 생활에서 우리들의 자화상은 어떤가.

안그런 사람이 많겠지만 무슨 이름붙어진 날에만 부모를 찾는 기회주의적, 이벤트적인 효로 일관하고 있지 않는지 반성해 볼일다.

머릿속으로는 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천적인 측면에서는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면만을 쫓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자식들의 모습이다.

이런 형식적인 효는 효의 실천이 아니라 그저 흉내를 내는 것에 불과하다.

이처럼 이 땅의 효문화가 무너져 내렸다고 통탄을 하면서도 이를 바로 세우려는 움직임은 미약하다.

일부 단체에서 효문화 정착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사회적 운동으로 승화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런 가운데 최근 충북도교육청이 들고 나온 '사랑의 효도전화 365' 캠페인이 눈길을 끈다.

나로호 발사, 신종플루, 김대중대통령 서거 등 굵직굵직한 사안에 묻혀 비록 신문 한귀퉁이에 짤막한 기사로 나왔지만 한번쯤 귀담아 들을만한 얘기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캠페인 내용이 거창하지 않아서 좋다.

효라고 생각하면 전통적 사고관에서 보면 힘들고 어렵게 여기는 것에 보통인데 이번 캠페인 내용은 간단하다.

통신만능시대에 간단한 전화를 통해 부모님께 안부를 묻는 생활속의 효실천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구체적으로 부모님께 하루 한통이상 전화하기, 할아버지 할머니께 전화하기, 외출전후 인사하기, 정기적으로 친척들에게 전화하기, 사랑의 문자보내기 등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실천적인 내용들로 구성됐다.

휴대폰을 끼고 살면서 친구나 직장 동료, 연인들에게는 하루에도 수십통 전화를 주고받으면서도 정작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께는 안부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세태를 겨냥한 것 같다.

당장 도교육청은 1만7천여 교육가족부터 이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하는데 차제에 범도민적인 사회운동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충북도, 청주시, 충북도경찰청 등 도내 기관단체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비단 학생들 뿐만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효는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내 일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제기된 '사랑의 효도전화 365' 캠페인이 실추된 효문화를 살리는 들불이 되길 기대하면서 우리 모두 오늘 하루 하던일 잠시 멈추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리는 것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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