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과 현수막

2024.09.12 15:20:43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이번 8월에 북경을 3박4일 다녀왔습니다.

10여 년 전에 전쟁무기공장을 예술인촌으로 탈바꿈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798지구를 다시 보고 싶었고, 올림픽 이후 많이 변했다는 현장도 보고 싶어 대학교수 몇 분과 다녀왔습니다.

사실 저도 당시 798지구를 둘러보면서 감명도 받았고, 또 우리라고 못하겠느냐 하는 생각에 그때 논의되고 있던 담배공장을 사들여 문화제조창으로 탈바꿈하여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던 것이었습니다.

2008년 하계올림픽과 2022년 동계올림픽 등 두 번의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북경은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춘 것이 역력하게 보였습니다. 솔직히 지저분하였던 거리가 깨끗해지고, 도로를 뒤덮었던 매연 내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악명높았던 화장실도 곳곳마다 깨끗한 수세식으로 변모하여 중국여행 갈 때마다 느꼈던 불편함은 전혀 없었습니다.

거리에서는 청소하는 사람들이 뙤약볕에서도 재빨리 쓰레기를 쓸어 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고, 방문하는 시설마다 청소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과는 달리 깨끗한 북경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자동차도 많아졌습니다. 현대자동차도 쉽게 볼 수 있었고, 고급 외제 자동차도 넘쳐났습니다. 그럼에도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를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토바이도 많이 타고 다니는데 눈을 끄는 것은 모두 전기 오토바이였습니다. 기름을 쓰는 오토바이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북경의 하늘이 맑아진 것 같았습니다.

한낮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저녁 러시아워시간에는 엄청난 오토바이와 자전거 인파가 차량의 홍수 속에서도 몰려나와 혼잡이 대단했습니다. 낮에 제법 잘 지키던 교통신호도 그리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전에 공포스러웠던 신호무시하는 북경의 풍경이 데자뷔처럼 나타났습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 도시에는 일상화된 킥보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마 당국에서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자전거는 자기 소유 외에 공유자전거를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킥보드는 개인소유라도 타는 것을 볼 수 없었습니다. 어느 것이 좋은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를 본 청주대 교수님은 청주대학에서는 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는데 북경의 학생들은 불편하겠다고 하더군요.

여기서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현수막입니다.

전에 왔을 때, 북경도 현수막이 넘쳤습니다. 이번에 북경에서는 나흘 내내 단 하나의 현수막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현수막이 없는 도시, 그것은 정온한 유럽의 도시를 연상케 하고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문화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에서는 현수막 없는 도시 풍경을 생각할 수 없는 것으로 보았는데 중국의 수도 북경에서 본 것입니다.

현수막은 선전문과 구호문 따위를 적어 걸어놓은 막이라고 사전에서는 풀이합니다. 한때 플래카드라는 영어를 플랑카드라고 해서 긴 천에 글을 적어 장대에 매어 높이 들거나 길 위에 달아놓은 표지물이라고 해서 남발하여 오다가 도시미관 문제로 '옥외광고물'로 시나 군에서 단속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2022년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서 정당정책이나 정치현안에 대한 홍보는 허용하게 됨에 따라 우리의 도심지에는 늘 현수막이 달려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 4월 총선에 출마하여 당선된 분들이나 선출되지 않은 분들 거의 대부분 현수막에 이름을 걸고 홍보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북경 다녀온 주말에 청주 시내를 유심히 살펴보니 현수막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현수막 없는 북경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좋은가를 순전히 도시품격 차원에서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