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가 우리 일상에까지 깊숙이 침투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가해자 특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 일쑤다. 그 사이 누구든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넓게 퍼지고 있다.
최근 한 SNS 단체 대화방에서 집단 디지털 성범죄가 벌어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충북의 여러 학교에서도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경찰이 일부 가해자를 입건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충주지역 고등학교 학생 2명이 일명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과 관련돼 조사를 받고 있다. 충주경찰서에 따르면 A군 등은 지난해 10월 같은 학교 여학생의 얼굴을 합성해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제작한 음란물을 친구들과 돌려본 뒤 삭제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최근 퍼지고 있는 텔레그램 기반 딥페이크와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에서는 지난 3월에도 한 중학교 남학생들이 딥페이크 성범죄를 저질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렇듯 지인 얼굴을 합성하는 성범죄, 이른바 딥페이크 음란물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음란물은 주로 특정 SNS 비밀단체 대화방에서 유포되고 있다. 1천300여명이 참여하는 한 채널의 경우 전국 70개 대학의 개별 대화방을 열었다. 여기서 지인 신상을 확보하고 불법합성물을 제작해 게시하는 방식으로 범죄를 벌였다. 제작부터 유포까지, 너무나 쉽게 디지털 성범죄에 가담할 수 있는 구조다. 미성년자인 중고생을 대상으로 삼기도 해 심각성을 더한다.
수사와 처벌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불법 합성사진 만들기가 아주 쉬워졌다. 필요하면 흔적을 말끔히 지우는 일도 어렵지 않다. 그러다 보니 처벌 사례도 미미하다. 현재 딥페이크 범죄 현황은 처벌 조항이 있는 디지털 성범죄와 선거범죄를 기준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는 '허위 영상물'의 편집·합성·가공·반포 등에 대한 처벌을 못 박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8은 딥페이크 영상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같은 법 250조 4항에 처벌 규정이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은 △2021년 42명 △2022년 36명 △2023년 29명 △2024년 1∼6월 17명에 그쳤다. 지난달까지 공직선거법 제82조의8을 위반해 기소된 경우는 아직 없다. 수사기관 통계로 드러난 딥페이크 성범죄 현황은 '빙산의 일각'이다. 게다가 가해자들의 처벌 수위가 그리 높지 않다. 성폭력처벌법상 허위 영상물 편집·합성·가공·반포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인데도 실형에 처해지는 경우가 드물다. 위장 수사라도 허용해 딥페이크 범죄를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행법 위반이라면 법을 고쳐야 한다.
딥페이크 합성물 제작·유포는 한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 중대범죄다. 피해자는 수치스러움을 넘어 인격적 살해를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딥페이크 범죄를 처벌하고 예방하기 위한 법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물론 사회 전체가 경각심을 갖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헤아린다면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양형 기준을 지금보다 더 높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허위 영상 제작 기술은 나날이 발달하고 있다. 적극적인 실태 파악과 대책 마련, 보완 입법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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