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민선 8기 반환점을 돈 충북도가 핵심 현안 추진에 차질을 빚는데다 산하기관장의 비위 연루 의혹마저 터져 도정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삐걱거리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도는 현안 해결 등에 역량을 집중하기보다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나 예산 낭비, 효용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충북이 공을 들이는 현안 사업들이 줄줄이 흔들리거나 정부 공모에 잇따라 탈락했다.
먼저 K-바이오 스퀘어의 핵심인 '카이스트(KAIST) 오송 바이오메디컬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은 지난 달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 선정되지 못했다.
바이오 인재 육성 방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 등이 다소 미흡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도는 카이스트 등과 대응 방안을 논의한 뒤 계획을 보완해 다음 달 2일 예타 대상 사업으로 다시 신청할 예정이다.
'카이스트 부설 인공지능(AI) 바이오 영재고' 설립은 제동이 걸린 상태다. 지난해 8월 예타 면제에 이어 올해 설계비를 확보하며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총사업비의 절반 분담을 요구하면서 지난 4월 진행하려던 설계 공모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도는 이른 시일 내 협의를 마치고 설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들 사업 외에 다른 현안들은 정부 공모에서 잇따라 탈락하며 차질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청주 오송에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단지 특화단지를 유치하려 했으나 강원, 전남 등에 밀려 실패했다. 충북대와 공동으로 유치에 나선 반도체 공동연구소는 2년 연속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도는 정부의 바이오 전략산업 특화단지 육성 전략 변경과 반도체 인프라 지역 배분 등을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채 실패 원인을 외부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도정 역량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도는 현안 해결에 힘을 쏟기는커녕 시급하지 않거나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도청사 개방 프로젝트가 대표적으로 도청 북측 울타리 제거, 남측 잔디광장 조성, 서문 울타리 제거 후 쌈지광장 조성 등이 핵심이다.
추진 과정에서 수십 년 된 향나무를 제거하는 등 환경 훼손과 기후위기 악화 논란에도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각 지자체와 환경단체가 탄소중립 실현에 애를 쓰고 있으나 정작 도는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셈이다.
이 프로젝트와 함께 진행 중인 '문화의 바다 공간 조성' 사업은 안전 문제 등의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옛 충무시설인 당산터널을 전시시설 등으로 꾸미고 터널부터 당산공원은 수직 계단과 엘리베이터 타워 등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도가 구상 중인 청주 성안길 인근 지하상가 활용 방안은 현재의 차도를 공원으로 만들고 지하에 주차장을 만드는 사업이다. 교통 혼잡 등을 고려하지 않은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나온다.
KTX 오송역 선하부지 활용도 마찬가지다. 도정 홍보·전시 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인데 기존 오송역의 휴게·회의 기능과 중복된다.
이들 사업은 모두 충분한 검토 과정이나 주민 의견 수렴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추진되거나 계획을 수립 중이어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충북도가 지역 현안이나 도내 균형 발전 등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정 역량을 집중하지 않고 도청과 주변을 공원화하거나 문화 시설 등을 조성하는데만 집중하고 있다"며 "이런 사업들이 진정으로 도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단체장의 입맛에 맞는 사업인지 고민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천영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