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윙윙 우는 날에는
김창식
충북소설가협회장
바람이 길 몰라 윙윙 우는 날에는
바다에나 가볼 일이다.
짠바람만 아이 삼아 우르르 몰려 노는 골목
파도에 손금처럼 우그러지고
부석거리는 가슴이나 문지르며 불균형 구도로 서 있는
나무들과 처마 낮은 집들.
광어 도다리 활오징어
수족관 유리에서도 꿈의 자맥질을 하는
주문진항으로 달려가 볼 일이다.
날이 밝아 초췌해진 집어등에 시력을 돋구고
청태 빛이 하늘에까지 떠오른 바다 멀리에
휘파람을 불어
돌섬 한 개
방파제 가까이에다 삐죽여 볼 일이다.
자학의 매질을 쉬지 않는 파도의 포말
하얗게 거듭나는 돌섬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심해의 미역 줄기로 흔들려 볼 일이다.
바람이 되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