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0kg을 감량했다, 아직도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여하튼 초고도 비만에서 고도 비만으로 내려왔다.
그 배후엔 피 대신 땀나는 노력이 있었고 그보다 더 배후엔 계획이란 것이 있었다.
일단 매일매일 식단을 짠다. 아침은 거르지 않고 뭐든 먹는다. 어느 날은 견과류에 과채주스,
또 다른 날은 우유로 탄 셰이크. 이도 저도 다 물리는 날에는 베이글을 굽는다.
물론, 저당잼을 발라서. 점심은 반식, 저녁은 늘 직접 만든 요거트에 시리얼, 달걀 2알, 양파즙이다. 당연히 운동도 한다.
1주일에 2번은 PT를 받고 2번은 홈트레이닝을 한다. 3일은 그냥 쉰다.
계획을 다 세웠으면 마지막으로 할 일이 있다. 다이어트의 끝이라고 불리는 '주변에 알리기'다.
듣는 이의 관심도와는 상관없이 만나는 사람마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알린다. 이제 나만의 약속이 아니라 주변인과 연결된 약속이 된다. 이제 어쩔 수 없이 난 배고파야만 한다.
아내가 얼마 전 신규교육을 다녀와 보고서 작성법 강사가 한 말이라며 전해준 명언이 있다.
'행정의 마지막은 홍보'라는 말인데 공무원의 일은 항상 홍보로 시작하고 끝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관에서 하는 일들은 모두 주민을 위한 것이지만 주민들은 650여 공무원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포털사이트에 '단양' 두 글자만 치면 뉴스탭에 앞으로 할 일부터 먼 과거에 한 일까지 수없이 쏟아진다.
홍보라는 하나하나의 잎사귀들이 모여 단양이라는 큰 나무를 만든다.
매주 월요일마다 군청의 업무를 돌아보며 이번 주는 어떤 일을 잎사귀로 만들지 고민한다.
푸르고 노랗고 빨갛고 알록달록한 잎들이 머릿속을 맴돌다가 손끝에서 태어난다. 홍보자료를 작성하는 일은 퍽 즐겁다.
계획을 알리면 약속이 되고 성과를 알리면 결과 보고가 된다. 알리는 것에서부터 주민과의 약속이 시작과 끝을 맺는 셈이다.
약속은 책임감을 부여한다. 그 책임감이 군청의 불을 늦게까지 꺼지지 않게 한다.
요즘 단양군 보건의료원 개원, 올누림센터 개소 등 굵직한 성과와 생활불편처리반 발대, 각종 공모 선정 등 앞으로 군을 새롭게 바꿀 계획들을 알리고 있다.
내가 모든 사업의 담당자는 아니지만 홍보자료로 내는 모든 사업의 약속이 군민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하니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번 다이어트는 성공할 것 같다. 주변에 너무 많이 알렸기 때문이다.
이제 기고까지 신문을 타고 나가니 감량은 따 놓은 당상이 아닐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배고픔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