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한 여자와 그녀를 사랑한 세 남자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영화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유명한 독일의 '슈벨(Rolf Schubel)'이 만든 영화다.
'우울한 일요일'을 뜻하는 글루미 선데이는 1933년 헝가리에서 발표된 노래의 제목이다. 전 세계에서 수십 명을 자살하게 만들어 '자살의 찬가', '자살의 송가'로 알려져 있다.
감독은 이 노래와 얽힌 실화를 소재로 한 바르코프(Nick Barkow)의 소설 '우울한 일요일의 노래'를 각색해 영화로 만들었다.
부다페스트다운 영화
1999년 어느 가을, 한 독일인 사업가가 헝가리의 작지만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을 찾는다. 추억이 깃든 시선으로 레스토랑을 둘러보던 그는 이윽고 한 곡을 신청한다.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기 시작하자 돌연 그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쓰러지고, 누군가 비명을 지른다. 그 노래는 바로 '글루미 선데이'였다.
60년 전, 다정함과 자신감을 겸비한 남자 '자보'와 그의 연인 '일로나'가 운영하는 부다페스트의 작은 레스토랑. 새로 취직한 피아니스트 '안드라스'는 아름다운 '일로나'에게 첫 눈에 반해 자신이 작곡한 노래 '글루미 선데이'를 선물한다.
'일로나'의 마음도 '안드라스'를 향해 움직이자 차마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던 '자보'는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한다는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글루미 선데이'는 음반으로 발매돼 엄청난 인기를 얻지만 연이은 자살 사건에 관련돼 있다는 스캔들에 휩싸인다. 설상가상 부다페스트는 나치에 점령당하고 '일로나'를 사랑한 또 한 명의 남자 '한스'가 독일군의 대령이 돼 레스토랑을 다시 찾아온다.
이 영화는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음악도시인 부다페스트는 지리적으로 헝가리 분지의 중앙에 있고, 다뉴브 강을 끼고 발전했다.
인구 200만 명 이상으로 유럽에서도 대도시인 부다페스트는 교외에 볼품없는 고층 주택들이 늘어서 있지만 도시 중심부로 들어가면 중세의 모습과 19세기 말의 모습이 남아 있어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부다페스트를 지날 때 유유히 흐르는 다뉴브 강은 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색은 아니지만 도시의 모습을 넉넉하고 여유 있어 보이게 한다. 그래서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즐겨 찾았던 곳이다.
현지인들은 아침·저녁으로 강가를 따라 조깅코스로 많이 이용한다. 저녁에는 크루즈 투어가 유명하다.
한국과 헝가리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892년 6월 23일 조선 왕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제국이 우호통상 항해조약에 서명하고 1893년 10월 5일 비준서를 교환했다.
1988년 10월 25일 주(駐)헝가리 대한민국 상주대표부를 설치했다. 충청북도도 지난 2000년 5월 헝가리 페치(Pecs) 시와 교류협력 의향서에 합의했다. 헝가리는 이미 남이 아닌 친구의 나라다.
다뉴브 강 유람선 사고
지난달 29일 부다페스트 도심을 관통하는 다뉴브 강에서 한국인 33명과 헝가리인 2명을 태운 유람선이 대형 크루즈에 부딪혀 침몰했다. 이 사고로 한국인 7명이 숨졌고 7명이 구조됐으며 실종된 19명은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현듯 영화 '글루미 선데이'를 기억했다. 슬픔의 도시 부다페스트를 다시 그려 보았다. 그러면서 가슴을 졸였다. 정상적인 사람은 부다페스트의 슬픔을 함께 나누려한다. 하물며 우리 이웃의 죽음이다.
그러나 사건·사고를 정치적으로 계산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오른쪽에 있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은 막말을 했다. 몇몇 왼쪽 사람들은 이를 역이용한다.
개탄스럽다. '글루미 선데이'에서 느꼈던 슬픔보다 훨씬 더 황망했다. 우리는 이제 부다페스트의 악몽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마음은 한결 같아야 한다. 그래야 가슴에 따스한 피가 흐르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