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케인과 커쇼의 '포옹'

2019.05.28 13:31:11

[충북일보] 지금 여야 관계는 역대 최악이다. 마치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모습이다. 그러는 사이 대한민국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굳이 책임을 따진다면 여당 쪽 책임이 더 크다.

역대 정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지지율이 흔들릴 때마다 야당에 대한 공격을 통해 콘크리트 지지층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지금 여당도 야당 유력 인사에 대한 공격을 통해 지지층 지키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손흥민과 류현진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손흥민은 최근 챔피언스리그 8강 맨체스터 시티와 1~2차전에서 합계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브라질 출신 루카스 모우라 역시 4강 2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인생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당시 부상으로 관중석에 있었던 영국 최고의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은 운동장으로 뛰쳐나와 동료들에게 달려가다 손흥민을 만나자마자 두 손을 벌려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다.

사실 케인 입장에서 보면 손흥민은 경쟁자다. 자신의 대체자로도 거론되는 손흥민을 보면서 보통의 사람이라면 경쟁의식을 가졌을 법하다.

이런 생각에 빠져 있는 팬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빼앗을 수 있는 경쟁자와 감격적인 포옹을 나누는 장면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아깝게 패한 네덜란드 소속 아약스 감독과 선수, 팬들의 승복하는 모습도 감동이었다. 앞서 열린 준준결승 2차전에서도 멘시티의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도 '아쉽지만 심판의 판정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PL 37라운드 본머스와 경기에서 과격한 행동으로 퇴장을 당한 손흥민과 관련해 토트넘 포체티노 감독 역시 '심판의 판정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류현진도 최근 8회 1사까지 노히트 게임을 하면서 '매덕스 소환'이라는 평가를 받는 등 매우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는 경기 후 덕 아웃에 들어설 때마다 동료들의 격한 환영을 받는다.

특히 LA다저스의 영원한 1선발 커쇼는 두 팔을 벌려 류현진과 포옹을 한다. 그리고 차세대 에이스 워커 뷸러는 아예 류현진 볼에 뽀뽀까지 했다. 커쇼와 뷸러는 둘 다 류현진과 1~3선발을 다투는 경쟁자다.

EPL과 MLB에서 보여준 이런 사례는 모두 '페어플레이'를 바탕으로 한다. 상대를 인정하고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 팬들에게 페어플레이를 보여주려는 철저한 프로의식이 엿보인다.

물론, 스포츠와 비교할 문제는 아니지만 최근 정치를 보면서 더럽다는 생각을 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까지 '페어'가 아닌 '더티' 플레이에 익숙하다.

상대의 약점을 공격해야 반사이익을 얻는 정치. 스스로의 힘으로 수권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무능한 여당. 그리고 여당 시절의 무능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야당까지.

최근 나경원 대표는 '달창 발언'으로 홍역을 앓았다. 여당은 호재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여당 지지층으로부터 '토착 왜구'라는 모욕적 비난을 받았던 나 대표는 한 때 곤경에 빠졌다. 이 와중에 홍준표 전 대표는 나 대표 발언을 문제를 삼으며 틈새를 공략한다. 한편의 코미디를 본 느낌이다.

여야 모두 심판의 대상

'네거티브 정치'에 대한 책임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유권자들 상당수가 극우 또는 극좌로 '커밍아웃'을 했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경제가 위태롭고, 남북관계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도 '달창 이슈화'를 통해 제1 야당의 항복을 받아내려고 했던 여당. 민초(民草)들의 고통을 담보로 장외투쟁을 통해 제1 야당의 존재감 부각에 나선 야당.

그들이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이든 국민을 위한 정치는 아니다. 오로지 자신들의 셈법만 내세우는 정치, 이제는 유권자들이 분노해야 한다.

내년 총선의 핵심 키워드는 심판이다. 심판은 늘 집권 여당을 향한다. 물론, 야당도 존폐를 걱정할 정도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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