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두개의 불꽃축제

2019.05.07 12:56:31

[충북일보] 적당한 기온과 쾌청한 하늘. 5월은 경쟁사회에 지친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안성맞춤 계절이다. 5월은 평화와 사랑을 상징하는 계절의 여왕이다. 그러나 우리는 습관처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해야 하는 5월을 살고 있다.

'이스칸데르' 첫 발사

북한은 지난 4일 오전 강원도 원산에서 '이스칸데르'를 첫 발사했다. 이를 두고 한미 양국은 한 때 단거리 탄도미사일 포함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탄도 미사일로 확인될 경우 유엔제재 대상에 포함되는 데다,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한 사례가 된다. 이럴 경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발사체는 240㎜와 300㎜ 방사포다. 여기에 포함된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아직 명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한미 당국은 이번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탄도미사일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신형 전술유도무기, 즉 '이스칸데르'의 성격에 대해서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북한이 '이스칸데르'와 방사포 등을 발사한 지난 4일 오후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Go. Together 불꽃축제'가 열렸다.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동행(同行)의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아리랑', '라라랜드' 등의 음악에 맞춘 형형색색의 불꽃과 레이저조명은 서울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특히 불꽃축제의 시작과 끝에 한반도 평화를 상징하는 '드림(DREAM)'과 '피스(PEACE)' 단어도 타워 외벽에서 불꽃으로 표현됐다. 사람들은 이를 감동이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5월 가정의 달 시작 첫 주에 북한은 '이스칸데르'와 방사포 불꽃을 태웠고, 남한에서는 불꽃과 레이저 레이스를 펼쳤다.

두 모습을 보면서 가슴 한편에 불안한 생각을 가진 국민은 없었을까. 비록 사전 예고된 불꽃축제였지만, 북한의 도발이 확인된 상황에서 불꽃축제를 강행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필부(匹夫)의 관점에서 보면 남과 북 두개의 불꽃 축제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마치 1980년대 중·후반 하늘의 별을 보고 '북녘의 별'을 외쳤던 20대 운동권 학생의 객기(客氣)가 떠올랐다.

자국(自國) 이익에 충실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을 위해 북한 문제를 악용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이를 간파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도 미국을 상대로 '양동작전(Feint operation)'을 펴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는 '외줄타기 신세'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보아야 한다.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에 매우 민감하다. ICBM은 핵탄두를 장착하고 5천500㎞를 날아갈 수 있다. 대기권 밖을 비행한 후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까지 공격이 가능한 탄도미사일이다. 대기권 밖을 비행한 후 미국 서부권을 타격할 수 있다.

철없는 불꽃축제

미국은 북한의 이번 '이스칸데르' 실험에 대해 탄도미사일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북협상의 고리를 끊지 않으려는 전술적 행보로 읽혀진다. 여기에 우리의 대북 낙관론자들이 기꺼이 합세해 여론을 부풀리고 있다.

문제는 무감각이다. 굳이 '이스칸데르'가 아니더라도 240㎜와 300㎜ 방사포는 경기도 용인까지가 사정거리다. 포(砲) 머리를 90도만 돌리면 수도권은 곧바로 초토화될 수 있다.

해방 후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평화의 시대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북한의 신형무기 실험이 이뤄진 날 서울의 불꽃축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436년 전인 1583년 10만 양병(良兵)을 외친 율곡 이이. 그러나 조정을 장악한 동인(東人)과 의심이 많았던 선조에 의해 묵살됐다. 그리고 딱 9년 뒤 조선반도는 왜란의 참화(慘禍)를 겪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무엇을 지향하고 무엇을 디딤돌로 생각하고 있는지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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