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보궐선거 관전평

2019.04.09 11:21:25

[충북일보] 4·3일 실시된 보궐선거. 국회의원 2곳과 기초의원 3곳 등 5곳에서 치러졌다. 공교롭게도 영·호남에 국한된 선거였다.

이번 보선(補選)을 놓고 향후 정국을 진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몇몇 사례는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 모두에 다소 민감한 흐름을 시사하고 있다.

후보 양보한 집권당

여야 정치권은 제각각 해석을 내놓았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노회찬 전 의원의 선거구를 지킨 점을 불행 중 다행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창원 성산구에서 박빙의 대결을 펼친 데다, 통영 고성군 승리로 압승했다고 자평한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여당 참패는 분명하다. 국회의원 2곳과 기초의원 3곳 중 민주당 당적을 가진 후보가 당선된 곳은 아예 없었다.

정의당과 후보연대를 선언한 창원 선거는 애초부터 오판이었다. 비록 정책적 공조를 통해 두 정당 간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으나 민주당과 정의당은 엄연히 다른 정당이다.

각종 노동·경제정책을 바라보는 시각만 보아도 그렇다. 이럴바엔 민주당은 차라리 정의당과 통합하는 것이 맞다.

간혹 정의당은 민주당의 2중대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럼에도 후보단일화를 추진한 것을 보면 이번 보선에 당의 운명을 걸었음을 보여준다.

책임정치가 사명인 집권 여당이 아무리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정당이라고 해도 후보를 양보한 것은 큰 실수다. 질 때 지더라도 자당 후보를 통해 끝까지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줬어야 했다.

이번 두 곳의 국회의원 보선은 모두 부산·경남(PK) 지역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대구·경북(TK)과 호남권은 단 한 번도 지지정당을 바꾸지 않았다.

이와 달리 PK는 자신들의 지역 출신 후보가 나오면 지지정당을 바꾸기도 했다. 노무현·문재인 대통령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면, 충청권은 소위 '이기는 사람이 속한 정당'을 선택했다. 김종필이라는 거물급 정치인이 한 때 녹색바람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역대 대선에서 충청권 표심은 늘 캐스팅보트에 만족했다.

종합할 때 집권 여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선거 직전 국회의원 선거구 두 곳 모두를 석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이번 결과에 대한 평가가 사라진 것을 주목해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집권 여당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안주(安住)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전진이 아닌 이 같은 퇴행을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21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호남(전주 완산구)에서도 여당은 참패했다. TK의 기초의원 선거구를 논외로 친다고 해도 그렇다.

민주당은 호남에서 민주평화당과 경쟁하고 있다. 한국당·바른미래당과 달리 평화당은 가끔 집권 여당에 우호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지만, 야당은 야당이다.

우리 정치에서 우호적 야당을 여당으로 간주한 유권자는 거의 없다. 부분적인 연정(聯政)의 사례만 있었을 뿐이다. 이 문제를 명확하게 따져 보고 향후 정당의 운용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전국 17곳 시·도단체장, 진보성향의 교육감까지 국민들은 '싹쓸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었다. 상대가 못해 반사이익이었다는 객관적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전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사실패를 변명하지 말아야 한다. 밀어붙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경제문제도 마찬가지다.

여론조사의 함정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극좌·극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늘 최고가 아닌 차악(次惡)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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