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미투 운동'은 그동안 사회에 뿌리 깊게 내려 있는 '위력·위계에 의한 성폭력·성희롱'을 타파하기 위한 사회 운동으로 번졌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그동안 우리 사회의 권력의 중심이었던 남성들에게 수모를 당해왔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충북지역도 지난해 격렬했던 '미투 운동'의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오히려 충북 내 한 대학에서 나온 '미투' 고발이 전국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유명 배우가 교수로 재직하면서 여학생들을 성추행·성폭행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이 사건은 유명 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종결됐지만, 커다란 충격이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상습적인 성폭행·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체육계에서의 '미투'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진천선수촌 내 조 전 코치의 성폭행 의혹이 재차 공개되면서 충북도민들은 더 큰 충격에 빠졌다.
교육계로 이어진 도내 '미투 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도내 일부 중·고등학교에서 수십건의 '미투' 폭로가 이어졌다.
지난해 충북지역 6개 학교에서 교사 11명이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로 직위해제됐다. 같은 기간 충북도교육청에 접수된 '스쿨 미투'는 635건으로 전체 민원의 28.6%를 차지했다.
이처럼 '미투 운동'은 주로 여성의 피해 사실에 초점을 맞춘 '여성인권 회복운동', '양성평등운동' 등으로 발전했다. 피해 여성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계기가 됐다.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남성우월주의'가 어느 정도 사라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찮다.
여성 중심의 운동으로 이어지다 보니 여성과 남성이 둘로 갈라져 싸우는 모양새가 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수행비서의 미투 폭로는 양분화된 여론을 더욱 극명히 갈랐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지사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수행비서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안 전 지사에게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수행비서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위력'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미투' 관련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이 다르자 "피해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미투로 인해 무고한 범죄자가 생겨난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이와 함께 가해 사실이 드러난 공직자들에 대한 약한 징계 수위나 사건 발생 이후에도 직장 내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근무할 수밖에 없는 상황 등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도내 한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음지에 숨어있던 권력자들의 흉포가 세상에 드러났다는 점에서 '미투 운동'은 이미 성공한 셈"이라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본질이 흐려지면서 나타나는 양성 갈등·법적 처벌 수위·직장 내 징계 등은 여전히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 강준식기자 good120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