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향(오른쪽) 작가가 제자에게 전통 자수를 가르치고 있다.
[충북일보] 전통 자수 공예가 김서향씨는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많았다.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사생대회에 출전했는데 물감을 흘려 그림을 망치게 됐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잘못된 그림위에 덧칠하는 방법으로 새롭게 그림을 그렸는데 특선이 됐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더욱 열심히 그림에 매진했으며 중학교 때는 서예에도 남다른 재능을 보여 그림과 서예를 병행했다. 이후 문인화, 서예, 서양화 등 20여 년간 화실과 갤러리를 오가며 그림 공부에 매달렸다.
그림 공부 뿐 아니라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컨설팅 스쿨'을 수료하고, 청주시한국공예관에서 주최하는 '공예아카데미 과정'을 졸업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제6회 동아예술대전 문인화 부문 특선, 제10회 대한민국 화성서예문인화대전 입상, 제6회 한국서화명인대전에 입상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림과 서예에 만족하지 못한 그녀는 다시 도자기에 도전했다. 청주한국공예관에서 개최하는 공예아카데미에 입학한 그녀는 남다른 열정으로 도자기 공부에 매달려 10여 년간 수백점의 작품을 제작했으며 그 결과 제35회 충북미술대전과 제36회 충북미술대전에서 도자기로 연이어 입상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 전통 자수의 매력에 심취하게 됐다. 중학생 때부터 수를 배우기는 했으나 그 당시는 자수의 오묘한 맛을 모르고 단지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하는 정도였으나 나이가 들고 섬세한 색감과 바느질의 묘미를 깨달으면서 전통 자수의 참 맛을 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전통 자수의 선구자였던 이한례 선생의 지도로 전통 자수의 기본을 배우고 유럽을 돌아다니며 프랑스 자수 등 유럽 자수에 대해 공부했다. 한국의 전통 자수와 유럽의 자수는 전혀 다르면서도 같은 부분이 많아 이를 잘 응용하면 색다른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자수를 배우면서 양노원인 은혜의 집과 청주성모병원에서 봉사도 시작했다. 자수로 작품을 만들고, 손바느질로 새로운 옷을 제작하여 이를 팔아 수익금을 양로원과 성모병원에 기부하는 것이다. 이같은 봉사 활동을 10여년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자수의 실력도 늘기 시작했다.
지금은 청주시 운천동 운리단길에 '서향켈렉션'이라는 전통자수원을 개원하여 제자를 지도하고 있다. 수강료도 받지 않고 제자를 가르쳐 많은 주부들이 찾는다.
그녀가 만드는 전통 자수는 가리개, 가방, 모자, 커튼, 손수건 등 실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어서 작품이 곧 생활도구가 되는 것이다. 자수에 몰두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져 정신 건강에도 좋고 작품을 완성했을 때 보람도 느껴 나이가 들어 가장 좋은 취미 활동이 자수라고 그녀는 강조했다.
최근 전통 자수를 취미로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보통 바탕에 본을 떠서 수를 놓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다. 그러나 남이 그린 그림을 본떠 자수를 놓으면 결국 자신의 창작품이 아니고 타인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김 작가는 절대 본을 뜨지 않고 스스로 작품을 구상하여 직접 수를 놓는 방법으로 작품을 만든다. 제자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또 다양한 색깔을 작품에 구사, 신선함과 새로움을 주는 작품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김 작가는 "그림, 서예, 문인화, 도자기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도전했지만 결국 내가 가야할 길은 한국 전통의 자수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남은 여생 제자들에게 전통 자수를 잘 가르치고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 후손에 물려주는 것이 마지막 꿈"이라고 말했다.
/ 조무주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