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시인 김정옥씨가 정은출판사에서 '올껴'라는 이색 제목의 시집을 출간했다.
'올껴'는 김 작가의 어머니가 전화할 때마다 하는 질문이다. 어머니의 간절함이 묻어나는 말이다. 김 작가의어머니는 오전에 자주 전화를 하여 그녀를 불러낸다.
전화를 걸어 '올껴'에 이어지는 응, 언제, 시방 그리고 얼른 와,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 대화의 주제다.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 간, 친구간 자주 만나지 못하는 관계의 소원함을 지우고 따스한 입김을 불어넣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
1부 '응'에는 오랜만에 간 아들네 집에서 죄다 목이 늘어진 양말을 보며 팍팍한 삶을 꾸리기 위해 애쓰는 가장의 모습을, 또 소주 한잔에 얼룩진 스트레스의 마침표를 찍고 가족에게 돌아가는 가장의 모습을 그렸다.
2부 '언제'에서는 첫사랑처럼 가슴에 담기어 있는 아버지의 마음을 펼친다. 검게 그을린 숯 같은 얼굴, 부레옥잠처럼 수없이 이사를 다니면서도 가족만은 꼭 끌어안고 사는 소시민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3부 '시방'에서는 비에 젖으며 가을이 발걸음을 서두르고 느티나무가 깔아준 황갈색 카펫을 밟지 않으려 피해 걷는다. 이런 날에는 엄마가 끓여주는 숭늉이 좋았는데, 방문을 열면 구수한 숭늉 냄새가 반가웠고 엄마는 그녀에게 숭늉과도 같았다. 가족이 살던 집, 버스를 타고 지나갈 때면 감나무라도 보려고 목을 길게 빼고 뒤돌아 책장 속의 책을 꺼내 보듯 낯선 간판 너머 추억을 보게 한다. 4부 '얼른'에서는 이래도 응 저래도 응 한마디로 족한 엄마가 문 닫아 걸고 도를 닦고 있는 것 같은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미래시학으로 등단한 그녀는 시집 '그림을 그리는 마음으로','하! 하! 하!', '뭐라구','함께 걷는 이길' 등이 있으며 현재 충북여성문인협회 사무국장, 우리시 회원, 창문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조무주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