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몽(中國夢)'을 앞세운 시진핑. 그는 2012년 '위대한 중화민족'을 외치며 사실상 황제의 지위를 구축했다.
2016년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 그의 외교·국방은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 예측불허의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다.
中 일대일로와 美 우선주의
덩샤오핑은 경제적으로 '흑묘백묘(黑猫白猫)'와 '남순강화(南巡講話)'를 시도했다. 개혁과 개방의 기틀을 잡았고, 후임자인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종신 집권의 폐해를 인식하고, 집단 지도체제와 주석의 10년 임기제한, 그리고 후계자 지명과 관련한 '격대지정(隔代指定)'의 원칙을 확립했다.
'격대지정'은 현 지도자가 차차기 지도자를 지명하도록 만들어 정치보복을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정책을 모두 뒤집었다.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대중적 지지를 끌어내면서, 전임자는 물론 정적들에 대한 숙청과 보복을 했다. 급기야 헌법 개정을 통해 10년의 주석 임기를 철폐하고 시황제라 불리는 1인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덩샤오핑은 '도광양회'를 외치며 실력을 기르되 나서지 말 것을 주문했지만, 시진핑은 '중국몽'과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앞세워 미국과의 무역전쟁까지 불사하고 있다.
중국은 이렇게 장래가 매우 불투명한 미래를 예비하고 있다. 어쩌면 중국몽과 일대일로는 인접한 남·북한의 운명까지 바꿔놓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졌다.
어린 시절 거칠고 반항적인 기질을 보인 트럼프. 아버지는 1959년 그를 군대식 기숙학교인 뉴욕군사학교에 입학시켰다. 대학 시절 베트남전쟁에 강제 징집됐으나 4차례 연기 끝에 발꿈치 질환으로 결국 징집을 면제받았다.
아버지의 부동산 회사를 물려받은 그는 1983년 58층짜리 초고층 트럼프 타워를 완공시켜 뉴욕의 랜드마크로 만드는 등 자신의 이름을 딴 호텔과 골프장을 건설하는 대규모 부동산 사업가로 성장했다.
군사학교와 부동산 사업가 이력을 단순하게 보면, 트럼프는 '전쟁과 성장' 중심의 철학에 갇힌 사람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했다. 강력한 보호무역, 미군 주둔국의 방위분담금 인상, 이란 핵 협상 무효화, 불법 이민자 추방, 무슬림 입국 금지 등이다.
대통령 취임 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이라크·시리아·이란 등 무슬림 7개국에 대한 미국 입국 일시 중단 및 비자 발급 중단 등을 골자로 하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는 막말과 기행으로 미국 주류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 아웃사이더였음에도 지지율은 올라가는 이른바 '트럼피즘(Trumpism)'이라는 기현상까지 만들어 냈다.
말 뿐인 협치는 곤란
142년 전인 1876년 강화도 조약이 체결됐다. 이때부터 조선은 위기를 반복했다.
구한말 초기에는 청나라가 영향력을 행세했다. 이어 청일전쟁에 이어 러일전쟁에서도 승리한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드는 것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려 했다.
그리고 을사조약을 통해 외교권을 박탈했다. 1910년 조선은 치욕적인 경술국치를 맞았다. 구한말 30년의 내분으로 이렇게 나라를 빼앗긴 것은 불과 108년 전의 일이다.
시진핑과 트럼프의 공통점은 글로벌 패러다임을 깨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시 주석의 중국 중심의 사관(史觀)은 고구려와 고려, 조선 침략 당시와 비슷한 배경을 깔고 있다.
미국의 중간선거(11월 6일) 이후도 변수다. 트럼프의 막말과 오락가락 대북정책에 따라 남북관계가 중대 분수령을 맞을 수 있다.
수·당의 침략에 고구려의 의연함을 배워야 한다. 일본의 침략에 맞선 이순신의 기개를 닮아야 한다. 구한말 명성황후의 외교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은 지난 5일 협치(協治)를 선언했다. 말 뿐인 협치가 아니어야 한다. 반드시 국론을 모으는 변곡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