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작년 8월말 990만2천72명이던 서울 인구는 올해 8월말에는 약 1%(10만2천977명) 줄어든 979만9천75명이었다.
하지만 서울시의 9월분 재산세 부과 실적 가운데 주택분은 작년 305만5천건에서 올해는 315만3천건으로 9만8천건(3%) 늘었다. 집값 급등으로 상주인구는 줄었지만, 재건축이나 신축 등의 영향으로 실제 주택 수는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 경제원리로 보면 수요(사람)가 줄고 공급(집)은 늘었기 때문에 서울 집값은 내려가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실제는 완전 정반대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이 매주 단위로 작성하는 주택통계를 보면 작년 9월 11일 기준 616만 원이던 서울의 ㎡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올해 9월 10일에는 768만 원으로 152만 원(24.7%)이나 올랐다.
면적 112㎡형으로 치면 불과 1년 사이 1억7천여만 원이 뛴 셈이다. '미친 집값'이란 표현이 전혀 무리가 아니다.
속된 말로 '인 서울(In Seoul)'을 하지 못해 안달인 외지인들이 줄을 서 있기 때문에 나타난 '슬픈 현실'이다.
반면 같은 기간 인구가 0.7% 줄어든 산업도시 울산은 ㎡당 매매가도 249만 원에서 238만 원으로 11만 원(4.4%) 떨어졌다.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 대책'에 대해 필자를 포함한 많은 지방 사람이 분노하고 있다.
대책에 포함된 규제의 내용들이, 대다수 지방 사람들의 '집에 대한 상식'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세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에서 미분양 아파트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서울과 지방 간의 집값 격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따라서 주택경기라도 부양해 죽어가는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웬 '안정대책'이냐는 것이다.
주택시장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정부와 서울의 기득권 세력들이 양념처럼 내놓는 대안은 서울·수도권 '공급 확대'다.
주택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정부는 "수도권 공공택지 30곳을 개발해 30만호(채)를 공급하고, 서울 도심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심지어 "서울 주변 그린벨트를 대대적으로 해제하고,용산 미군부대 부지에 임대아파트를 짓자"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택지 공급은 폭등하는 서울 집값만 당장 잡겠다는 근시안적 발상이다.
'언 발에 오줌누기' 같은 임시방편일 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서울 집값이 오르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뿐이다.
이는 1990년대 이후 건설된 분당,일산,평촌,김포,동탄 등 실패한 1~2기 수도권 신도시들의 사례에서 잘 나타났다.
자족 기능이 부족한 신도시 주민 중 대다수는 호시탐탐 '인 서울'을 노리는 잠재적 서울 주택 수요층이기 때문이다. 결국 수도권 주택 공급은 '예비 서울시민'을 양산할 뿐이다.
서울 집값을 잡는 '지속가능한 대책'은 명실상부한 '지방 살리기'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노무현 정부가 세종과 전국 10개 혁신도시를 만들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들 도시는 제대로 살아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들 도시를 중심으로 지방에 우선 좋은 일자리와 학교를 크게 늘려야 한다.
반면 주택,도시계획,교통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분야 규제는 수도권으로 최소화해야 한다. 최근 들어 집값이 내리고 있는 세종과 부산은 주택시장 규제지역에서도 해제해야 한다.
특히 600여년간 한반도의 수도 지위를 누려 온 서울은 이제 세종에 '행정수도' 지위만이라도 넘겨줘야 한다.
그래야만 현 정부가 그토록 청산을 강조하는 적폐(積弊)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서울 집값 대란'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며칠 뒤 추석연휴 차롓상에서 이 문제가 가족 친지 사이의 주요 대화 소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