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여기에 주차하시면 안 됩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세요."
청주의 한 교차로에서 교통경찰과 차량 운전사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주차된 차는 6·13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의 유세용 트럭이다.
운전사는 교통경찰을 향해 몇 마디의 뒷말을 던진 뒤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6·13 지방선거 선거운동이 열기를 더하면서 때 아닌 주차전쟁이 시작됐다. 후보자들이 '효과적인' 유세를 위해 도로를 주차장처럼 사용하고 있어서다.
차량 통행량과 유동인구가 많은 교차로는 유세차량이 점령하다시피 했다.
교차로 우회전 길가 곳곳에는 끊임없이 노랫소리가 나오는 트럭이 세워졌다. 심지어 횡단보도 안전지대 위에 주차된 유세차량도 있다.
도로에 늘어선 일반 차량은 트럭을 피하느라 노심초사다.
왼쪽으로는 직진차량을 피하고 오른쪽으로는 유세차량을 피하기 위해 정신없이 두리번거린다.
차량을 피하느라 온통 신경을 집중해도 모자랄 상황에 유세차량에서 흘러나오는 쩌렁쩌렁한 노랫소리는 정신을 어지럽힌다. 총체적 난국이다.
운전자 백모(여·35)씨는 "사거리 우회전 도로마다 주차된 유세차량 때문에 운전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라며 "교통법규를 어기면서 유세를 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철만 되면 일반인들의 불편은 아랑곳않고 불법주차에다 소음까지 일으키는 유세차량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불법주차 차량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일반 운전자뿐 만이 아니다.
경찰들도 난감하다. 불법주차 차량을 단속하려 하면 운전자와의 실강이가 곧바로 이어진다. 간혹 단속 된 유세차량의 운전사는 경찰에 전화를 해 육두문자가 섞인 욕설을 하기도 한다.
청주상당경찰서 관계자는 "주차단속을 하려 하면 되려 목소리를 높이며 따지는 운전자가 대부분"이라며 "'나만 차를 댄 것도 아닌데 왜 우리 후보의 차만 잡느냐. 다른 당 차량은 잡지 않느냐'며 단속을 방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보 유세도 좋지만 지킬 건 지키면서 해야 더 호소력이 있는 것 아닌가 한다. 유권자들도 이 부분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