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국가 2체제' 과연 옳은가

2018.05.29 15:17:11

[충북일보] 만약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가 단기간 내에 이뤄진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은 늘 의심한다. 의심을 통해 궁극의 목표에 도달하기 어려운 단 1%의 난제도 검증하려는 것은 언론의 의무다.

김대중의 '1국가 2체제'

남북·한중·한일·한미 간 외교적 관계에서 '후손들에게 핵을 머리에 얹고 살아가는 시대를 물려줄 수 없다'는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과거 '1국가 2체제'를 통한 3단계 통일방식을 주장했다. 그리고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다만, 냉전의 한반도에서 대화의 물꼬를 만들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1국가 2체제'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의 헌법 정신이 반영된 논리다.

하지만, 남·북·미의 최근 행보를 보면 '1국가 2체제'를 고집하지 않고, '2국가 2체제'를 고착화 시키려는 느낌을 받는다.

'2국가 2체제'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해야 가능하다. 곧바로 국가보안법은 폐지돼야 한다. 남과 북이 상생하면서 따로 살자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어쩌면 통일은 불필요한 문제일 수 있다.

이렇게 해서라도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제거하고, 공동 번영을 이뤄 나간다면 국민 대다수는 물론,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도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통일이라면 몰라도 '2국가 2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감내해야 할 비용은 반드시 따져 보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미 국민 1인당 1천만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반도 비핵화 및 남북경협을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우리 국민들이 이 문제를 감당할 수 있을까.

트럼프는 최근 문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정상들을 모두 만났다. 그들은 북한에 대해 엄청난 규모의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라고 했다.

매우 거슬리는 발언이다. 트럼프는 지금 미국은 '손 안대고 코를 풀겠다'는 심보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2국가 2체제'가 되면 미국은 남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북한에 대한 영향력 감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분단의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단계적 핵 감축에 따른 경제적 보상이 아니라 일괄폐기에 따른 최소의 보상론이 적지 않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본다.

미국은 그동안 줄곧 'CVID(Complete·Verifiable·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주장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 1기 때 수립된 북 핵 해결의 원칙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혹은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를 의미한다.

그런데 미국은 최근 'CVID' 대신 'PVID'란 표현으로 바꿨다. '완전'을 뜻하는 C(complete)가 '영구적'이라는 뜻의 'P(permanent)'로 바뀌었다.

CVID와 '트럼프 방식'

우리 정부는 CVID와 PVID 용어에 표현 차이는 있지만 뜻의 차이는 없다고 했다.

일시적인 핵 폐기를 의미하는 'CVID'와 일정기간 시간이 필요한 'PVID'를 동일시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PVID를 '트럼프 방식'이라고도 하고 있다. 북한도 '트럼프 방식'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이는 6·12 싱가포르 회담을 통해 남·북·미 간 대타협도 가능할 것으로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트럼프 방식'의 완전한 핵 폐기는 CVID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일각에서 'PVID'를 재선이 절실한 트럼프의 '플랜 B'로 보는 이유다.

우리는 결국 CVID와 PVID의 범주에서 얼마나 빨리 완전한 핵 폐기를 이뤄내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이 과정에서 '2국가 2체제'로 가는 문제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통일을 전제로 하는 대북 지원과 우리와 완전히 다른 국가에 대한 원조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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