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內訌)과 외홍(外洪)'

2018.05.08 14:57:45

[충북일보] 최근 중앙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두개의 단어가 있다. 하나는 내홍이다. 내부(內部)에서 자기들 끼리 일으키는 분쟁(紛爭)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내홍에 빗대 만들어진 단어다. '외홍(外洪)'은 바깥에 있는 홍준표 변수라는 의미로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급조된 단어다.

왜 그럴까?

후보가 몰리는 여당에서 어느 정도의 내홍은 불가피하다.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반발은 예정된 수순이기 때문이다.

홍준표 역신드롬이 더 무섭다

홍준표 대표는 지금 '삼면초가(三面楚歌)'다. '사면초가(四面楚歌)'라고 표현하기에는 홍 대표의 측근세력이 아직 한 면(面)을 사수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신 밑바닥 민심은 역(逆) 신드롬에 가깝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 현상이 전염병과 같이 전체를 휩쓸게 되는 현상을 우리는 신드롬(Syndrome)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홍 대표에 대한 밑바닥의 감정은 반대의 상황이라는 것을 서너 명의 유권자만 만나 보아도 확인할 수 있다.

변호사 출신으로 국회부의장 보좌관을 역임한 자유한국당 소속 A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홍준표 대표의 북한 김정은과의 만남에 대한 최근 발언내용은 현 상황에 대해 타당한 지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대중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 정치계에서는 스피커가 누구인가, 어떻게 말하는가가 참으로 중요하다고 주장을 이어갔다.

A씨는 어쩌면 홍준표 대표가 정말 옳고 맞는 말을 하더라도, 홍준표이기 때문에, 홍준표의 화법이기 때문에 그 가치가 상당히 반감 또는 삭감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우파의 스피커가 누구든 이제는 그 표현과 방식이 조금 더 세련되어질 필요가 있다. 제1야당의 대표가 그 반대파들의 비난 뿐만 아니라, 지지파들의 비난도 들어야 하는 상황, 어쩌면 역할의 한계에 직면한 것이 아닌지라고 반문했다.

충북 음성 출신의 권영세 전 주중대사 역시 4선의 강길부(울산 울주) 의원이 홍준표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자신이 사퇴하겠다는 주장이 실린 언론 보도를 링크하고 '백번 옳은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권 전 대사는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홍준표 대표를 들어내고 지방선거를 치루는 게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수 있겠지요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만에 하나 강 의원이 탈당해 민주당으로 가게 된다면 결과는 더 나쁘겠지요. 홍 세력들은 당내 건전한 비판 세력까지 싸잡아 철새로 매도하려 할테니까요'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야당의 스피커는 고도의 감정절제가 필요하다. 아무리 옳은 얘기라도 상황에 따라 매도를 당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야당 시절, 틈만 나면 매도를 당했다. 여야를 불문하고 지도자, 즉 리더들은 절제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침묵해야 한다. 또 트럼프와 두테르테의 막말 컨셉으로 보수 우파들을 '미혹迷惑)' 시킬 요량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방향타를 재설정해야 한다.

지선 후보들 한숨만 깊어진다

6·13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보수 우파를 대표했던 두 전직 대통령을 영어(囹圄)의 몸으로 만들어 놓고도 전열을 정비하지 못하고 있는 제1 야당의 신세가 처량해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 등 외치(外治)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집권 여당. 그러나 경제와 교육, 안전사고, 협치 등 내치(內治) 분야에서는 정책적 오류가 적지 않다.

더욱이 오로지 야당의 유력 정치인들에게만 집중됐던 미투 파문과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천잡음, 즉 심각한 내홍 상태의 집권 여당.

상황이 이런데도 제1 야당은 집권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충북에서 자유한국당으로 출마한 예비후보들은 죄인처럼 깊은 한숨을 쉬며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상당수 후보들은 당 대표가 참석한 결의대회마저 참석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홍 대표는 여당의 내홍조차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 없는 악재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이른바 '외홍(外洪)'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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