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아침마다 수영장을 오가는 길에 편의점을 들러 집에서 구독하지 않는 3~4가지 중앙지를 산다.
신문은 보수와 진보를 함께 구입한다. 정치 관련 기사 논조의 균형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기자는 지난 2월 1일자로 폐쇄된 '조인스 블로그'에서 누적 방문객이 약 1천400만명이나 된 파워 블로거였다.
하지만 권위있는 종이신문이야말로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창'이라고 믿는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기자들이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을 거쳐 양질의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학생이나 후배 기자들에게 글 쓰기에 관한 조언을 할 때 흔히 종이신문을 음식에 비유한다.
좋은 신문은 잘 차려진 음식상(코스요리)과 같다. 유능한 요리사(편집자)가 음식(기사)을 손님(독자)에게 정성껏 서비스한다.
하지만 한꺼번에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제한적인 데다, 독자가 곧 바로 반응을 나타낼 수 없는 게 단점이다.
반면 종이보다 훨씬 늦게 발명된 인터넷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고, 전파력이 뛰어나다. 기자와 독자,독자와 독자 사이의 소통도 가능하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 인터넷에는 싸구려 음식이 넘쳐나고 있다.
1명의 무자격 요리사가 만든 쓰레기 음식(기사나 글)이 버젓이 돌아다니며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그런데도 '언론자유'란 미명 아래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다.
특히 요즘엔 음식 자체(기사)보다도 평가(댓글)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그러다 보니 가짜 평가를 양산하는 집단이 등장, 세상을 어지럽게 만든다. 본문과 무관하게 '댓글전쟁'으로 도배질되는 기사도 많다.
국가정보원의 원훈(院訓)은 "오천년을 이어온 이 나라, 이 강산, 우리 국민을 안팎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원세훈 전 원장은 조직을 동원해 댓글을 조작하는 등 사실상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감옥에 가 있다.
20여년전 기자가 서울시청을 출입할 당시만 해도 그는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힘 쓰는 유능한 지방공무원(통계담당관·과장급)이었다.
인터넷 발달로 인해 결국 그가 나라를 뒤흔든 장본인이 됐다니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최근에는 이른바 '드루킹 게이트'가 터지면서 정치적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원 김동원 씨 일당은 언론사들이 생산한 뉴스와 독자를 연결해 주는 거대 포털사이트(네이버)에서 첨단기술로 댓글을 조작, '가짜 여론'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기자들의 취재 경쟁, 미온적이긴 하지만 당국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수많은 기사를 써 온 기자도 댓글의 피해를 많이 봤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에 대해 한 사람이 "조중동 기레기네"란 댓글을 올리면 같은 패거리가 벌떼처럼 달려드는 식이었다.
심지어 세종시에 집을 갖고 있는 기자가 지역 부동산 시장 동향에 대해 객관적 기사를 썼을 때에도 "충북언론은 어쩔 수 없군"이란 댓글이 올랐다.
대한민국 '사이버 민주주의'는 '사이비 민주주의'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이버 공간은 더욱 혼탁스럽다. 따라서 올바른 여론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질 좋은 종이신문을 읽는 국민이 늘어나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는 이제 종이신문 구독료 세액 공제 방안을 실천할 때가 됐다고 본다.
신문기자 입장에서는, 저소득층 자녀 가정에 인터넷 통신비를 지원하기보다는 신문 구독료를 대어 주는 게 더 낫다는 생각도 한다.
버스나 지하철·길거리에서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는 사람보다 신문을 읽는 시민이 많아지는 세상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