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갑(甲) 아닌 을(乙)'

2018.02.13 11:24:28

[충북일보] 정치(政治)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다. 비슷한 의미로 정사(政事)가 있다. 확대하면 세납, 조세, 법, 법규, 규칙, 관리, 가르침 등의 뜻도 있다.

그런데 정(政) 자를 곰곰이 살펴보면 공급자 중심의 철학을 느낄 수 있다. 요즈음 유행하는 갑과 을로 볼 때 갑의 위치 같다.

정사 정(政) 아닌 바를 정(正)

정치의 계절이다. 정치 현장을 취재하면서 숱한 의문점을 가졌던 사례가 있다. 유권자 선택이 필요할 때 정치인들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처럼 겸손하고 예의바르다.

하지만, 당선이 되면 상당수는 어깨에 힘부터 들어간다. 유권자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심지어 며칠 전까지 호형호제 했던 사람도 당선이 되면 아랫사람 취급하기 일쑤다.

이 때문에 우리 정치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다스린다는 개념보다 봉사의 의미다. 이를 상징할 수 있는 새로운 단어도 필요하다.

마땅한 한자 또는 한글이 있다면 개명(改名) 캠페인이라도 벌여 꼭 바꾸고 싶다. 그렇다고 봉사의 의미가 담긴 받들 봉(奉)자를 써서 '봉치(奉治)'라고 하면 왠지 싸구려 느낌이 난다.

고민 끝에 찾아낸 단어는 바를 정(正)자다. 쉬우면서도 기존의 '정치'라는 단어와도 큰 차이 없이 어울리는 글자다.

바를 정(正)자는 '바르다·정당하다·바람직하다·올바르다·정직하다·바로잡다·서로 같다'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정(政)자에서 느껴지는 우월적 지위 또는 갑의 냄새가 정(正)자에서는 선출직들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덕목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엄청난 규모의 선출직이 있다. 거의 해마다 선거를 치른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광역·기초단체장 선거, 광역·기초의원 선거. 여기에 농·수·축협조합장 선거, 학교로 눈을 돌리면 총학생회장 선거, 초·중·고 학생회장에 반장 선거까지 그야말로 '선거공화국'이다.

특별히 선거를 관리하는 선거관리위원회까지 두고 있고, 선거 후 선관위와 경찰, 검찰은 물론, 기소 후 1~3심 법원까지 선거와 관련된 공무원들은 차고 넘친다.

그냥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조직도 아니다. 당연한 조직처럼 우리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우리 곁에서 감시하고 견제하며 어떤 때는 세상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한다.

상당수 출마자들은 '출사표 (出師表)를 던진다'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사용한다. 출사표의 사전의 의미가 출병(出兵)하는 장수가 의지를 담아 임금에게 올리던 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울 정도다.

과거에는 임금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 그러나 북한 등 몇몇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은 왕 또는 대통령이 주인이 아니다. 정치인의 주인은 오직 유권자인 국민이다.

그래서 출사표는 왕이든 국민이든 던지는 것이 아니라 올려야 한다. 언론도 이제는 출사표를 던진다는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상당수 정치 용어에서 봉건시대 철학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사례가 정치(政治)라는 단어다.

단어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선출직 모두가 앞장서서 유권자와 함께 정치(政治)를 정치(正治)로 바꾸는 것을 요구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설 연휴 정치의 의미를 고민해보자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가 시작된다. 이 기간 우리 주변에서 악수를 청하는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게 중에는 낮은 자세로 선거를 준비하고 당선되면 말 그대로 정치꾼으로 돌아갈 사람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들의 주인인 우리는 그런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누가 봉사의 마음을 초지일관 견지하고, 유권자의 삶을 바르게 지켜줄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

정치(政治)와 '봉치(奉治)', '정치(正治)' 등 3가지 개념을 잘 정리하면 쉽게 풀릴 문제다.

이 기준이 적용되면 지금 꼬일 대로 꼬인 여야 간 정쟁과 좌·우 이념대결 등도 한꺼번에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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