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과 물(水)의 공존 조건

2018.01.02 18:15:35

[충북일보] 인류는 물(水)에서 시작됐다.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를 거쳐 지속된 한반도 역사에서 물은 절대적 가치를 갖고 있다. 고조선과 고구려, 백제와 신라, 고려, 조선의 기록을 보면 물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한강과 금강, 그리고 대동강

조선시대 민본(民本)의 철학을 만든 정도전. 그는 이성계와 함께 한양 천도를 통해 찬란한 500년의 역사를 열었다. 정도전이 설계한 한양에서 한강의 의미는 매우 중요했다. 고구려의 대동강, 백제의 금강도 마찬가지다.

물은 생명이다. 옛 선조들은 집을 지을 때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배산임수(背山臨水)를 최우선 조건으로 따진 것도 사실 물과의 관계다.

고대 문명에서도 물은 빼 놓을 수 없는 최상위 조건이었다.

지중해 근처의 티그리스강·유프라테스강 유역을 중심으로 번영한 메소포타미아 문명, 나일강 유역의 이집트 문명, 인더스강 유역의 인더스 문명, 중국 황허(黃河) 유역의 황허 문명 등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는 모두 물을 바탕으로 했다.

우리는 이제 물에 대한 치수(治水)와 이수(利水)의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과거 산업화 시절, 국가는 물을 희생시켜 고도성장만을 추구했다. 희생된 물, 즉 오염의 심각성이 공론화되면서 아예 사람들은 물에 접근하지 못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는 대표적인 치수(治水) 사례다. 오만하고 방자한 권력자들에게 물은 다스림의 대상이었다. 물은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활용의 대상이어야 한다. 이수의 개념이 확대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업화 세력들은 치수를 위해 밑도 끝도 모르는 규제를 만들어 냈다. 우리 지역의 대청댐·충주댐 사례를 보면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이 최근 대청댐 중복규제와 관련된 문제를 폭로했다.

대청댐은 현재 7개의 중복 규제로 1천395㎢에 걸쳐 피해를 보고 있다. 박 의원은 이를 세계 최대의 중복규제라고 규정했다.

청주시 문의·가덕·현도·남이 28개리와 보은군 회남면 4개리 101.291㎢가 상수원보호구역 적용을 받는다. 보은군 회남면과 옥천군 안내·안남·군북·동이면 16.272㎢는 수산자원보호구역이다.

청주시 문의면과 보은군 회남·회인면, 옥천군 안남·안내·군북면지역 636.4㎢는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이다. 보은군 회남·회인면, 옥천군 옥천읍과 동이·안남·안내·이원·청성·군서·군북면, 영동군 심천·양강·양산면 183.71㎢는 수변구역으로 묶였다.

여기에 보은·옥천·영동군 지역 230.29㎢는 자연환경보전지역, 29.08㎢는 개발제한구역, 1187.84㎢는 보전산지로 규제를 받는다.

반면, 글로벌 선진국들은 댐을 설치할 때 레저·관광·경제 활성화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은 특별한 규제 없이 댐 주변 지역 자생을 위한 제도가 활성화 돼 있고, 미국은 댐 자체를 레저·관광목적의 개방형 공공시설물로 간주한다.

미호천시대의 전제 조건

댐 뿐 만이 아니다. 선진국들은 도심을 통과하는 하천까지 친수공간으로 개발하고 있다. 도심 하천마저 각종 규제로 꽁꽁 묶어 놓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다.

본보가 새해 첫 화두로 제시한 미호천시대는 규제완화를 출발점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1920년대까지 강력 범죄와 홍수 등으로 골칫덩이였던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강.

건축과 디자인을 공부한 토박이 로버트 허그맨(Robert H. Hugman)이 강 주변을 상업지역으로 바꾸고 물이 범람하지 못하도록 배수구를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이후 강을 따라 일직선으로 공원을 만들었고 고급 호텔과 상점, 다양한 레스토랑이 들어서면서 샌안토니오의 명소가 탄생했다.

샌안토니오강 사례가 우리에게 던져준 교훈이 적지 않다. 사람과 동떨어진 물이 아니라 공존하는 물이 되도록 다양한 시각에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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