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제천 하소동은 조선 말 제천군 현우면에 속했다. 1914년 일부 지역을 근우면 천남리에 넘겨주고 읍내면 하소리가 됐다. 1980년 4월 1일 시(市) 승격에 따라 하소동이 됐다.
'하소(下所)'는 고른이 아래의 지위다. 여기서 '이'는 행정을 위한 소(所)가 있던 곳이다. 오늘날 출장소 또는 파견 관원이 일을 하던 곳으로 볼 수 있다. '하소'는 고른 사람이 마을의 일을 본다는 뜻으로 의역될 수 있다.
신흥 주거지로 급부상
출장소 아래 작은 동네 하소동은 최근 신흥 주거지로 도약했다. 제천에서 가장 큰 평야인 제천분지에 자리 잡고 있고, 하소천이 용두산 피재골에서 발원해 의림지를 거쳐 청전들을 지나 신월동으로 흐르고, 서쪽은 야산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조건이 건축 환경을 우수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하소동은 지난 2011년 4월 30일을 기준으로 면적 2.38㎢에 5천541가구 1만4천348명의 주민이 등록된 도시다. 주민 82%가 농업에 종사했던 지역이 제천시청 천남동 이전 후 5~6개의 대형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섰고 인구가 늘면서 시장도 형성됐다.
비록 대도시와 비교할 때 비약적인 발전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제천에서는 그나마 신흥 주거지로 급부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1일 오후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시민 29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24절기 중 22번째 절기인 동지(12월 22일)를 하루 앞둔 애기동짓날이었다.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을 앞두고 액운을 쫒기 위해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대거 사우나를 찾았다가 변을 당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루 뒤인 22일 제천을 대표하는 정치인 이원종(74) 전 충북지사가 검찰에 출두했다. 26·30·31대 지사를 역임한 그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제천은 물론 충북도민들에게 어른인 이 전 지사의 검찰 조사는 제천 화재와 함께 160만 도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줬다.
이 전 지사가 검찰조사를 받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하소동 화재현장을 방문한 뒤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등 소통행보를 보여줬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숨소리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내용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려 야당의 공세를 받기도 했다.
대통령은 그만큼 제천 화재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이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야당이 주장하는 '쇼통'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하소동에서는 3년 전에도 아파트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소방당국은 현장 출동 후에도 제때 소방 수(水)를 뿌리지 않는 등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 같은 내용은 현재도 유튜브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건축·소방적폐 척결하라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에 대한 정치권 반응을 보면 여야 모두 지나칠 정도로 정치 공학적이다. 야당은 대통령 책임론을 부각시키고 있고, 여당은 방어에 급급하다. 세월호 사건 때와 비슷하다. 공수만 바뀌었을 뿐이다.
우리나라 건축물의 내구연한은 통상적으로 30년쯤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건축물 대부분은 1980~2000년 조성됐다. 노후건축물이 수두룩하고 최근에 건축된 건물도 국민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면허대여·불법증축 등 건축비리에 대해 제천시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방화관리와 소방통로 확보 등을 위해 소방당국은 어떤 조치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
국민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건축·소방적폐 청산이다. 그래야 올바른 관리가 작은 마을의 일을 본다는 뜻을 가진 하소동 주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