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도정질문 유감

2008.10.23 21:21:50

미시시피 강변을 무대로 ‘톰소여의 모험’을 지은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 그가 사석에서 무심코 미국 국회의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 국회의원의 어떤 의원은 ‘×자식’이다.” 미국 일간신문에 이것이 보도되자 이 기사를 본 워싱턴 국회의원들이 난리를 쳤다. 어떤 의원이 ‘×자식’인지 밝히거나 사죄를 하라는 것이었다.
며칠 후 뉴욕타임즈는 마크 트웨인의 성명을 게재했다.

“며칠 전 나는 한 모임에서 미국 국회의원은 ‘×자식’이라고 말했다. 잘못을 인정하라고 계속 협박을 하기에 재차 고려해 보았는데, 그 말은 그리 옳지 않을 뿐 아니라 사실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다음과 같이 수정한다. 미국 국회의 어떤 의원은 ‘×자식’이 아니다.”

지난 20~21일 이틀간 열린 제275회 충북도의회 임시회 도정질문을 지켜보면서 마크 트웨인에 대한 일화가 생각났다. 마크 트웨인이라면 이번 도정질문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과연 충북도의회 도의원들은 마크 트웨인의 신랄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을 것 같다. 도청 안팎에서는 이번 도정질문에 임한 일부 도의원이나 이를 진행 쪽 모두가 낙제점이었다는 평가를 내리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낸다.

이는 충북도의회가 도정질문을 하면서 파행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역구 주민들이 방청석을 가득 메운 본회의장은 유선을 통해 도정질문 상황이 생방송으로 중계됐는데도 불구, 일부 도의원이 보충질문을 하면서 경어나 존칭보다는 막말을 사용해 이에 따른 입방아가 무성하다. 낙제점 평가의 발단은 이렇다.

도정질문 첫날(20일) 도내 119지역대 84개 중에 중앙의 통·폐합 지침에 따라 2011년까지 49개 지역대가 통·폐합되는 문제가 거론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도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119지역대의 통·폐합에 대해 문제점을 거론하며 논란을 빚었다.

충북도소방본부 관계자들이 중앙의 통·폐합 지침으로 1차 연도인 금년도 대상 19개 지역대 중에 15개 지역대의 통·폐합 추진을 완료한 것을 설명하자 일부 도의원이 집행부 관계자의 발언대 설치를 요구한 뒤 일문일답식으로 따져 물었다.

도정질문은 의원 1인이 일괄질문·일괄답변 형식으로 진행되고 이후에 같은 의제에 대해 2회에 한하여 보충질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상임위가 아닌 본회의장에서 집행부 관계자의 발언대를 설치하고 일문일답식 보충질의는 회의규칙에 없고 전례도 없었다.

여기에다 중앙의 지침에 따라 불가피 하게 119지역대를 통·폐합 할 수 밖에 없다는 관계자의 설명에도 불구, 일부 도의원은 발언시간(10분)을 초과한데다 경어·존칭을 사용하지 않은 채 막말로 집행부 관계자를 몰아 붙였다. 이를 지켜본 주민과 공무원들이 지역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도의원들의 열정은 이해되나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파문이 이틀째(21일)까지 이어졌다. 도정질문 실시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갖고 일문일답의 규정 무시와 본회의장에서 경어·존칭사용 등 예의 문제, 의장단의 의사진행 미흡 등을 지적, 정회 소동을 빚기도 했다.

결국 이대원 도의장이 전체의원 간담회를 갖고 의사진행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와 향후 개선방안 제시로 일단락 됐다.

말이 곧 존재라고 하듯이 자신에 대한 존재감이 있어야 자기주장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주장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줘선 안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면서 성과를 얻는 방법도 있다. 무엇보다 상대를 사로잡는 대안제시와 설득력이 병행돼야 한다.

‘맹자’에는 그의 유세활동에 대한 기록이 많이 담겨 있다. 설득술을 살펴보면 상당히 흥미로운데 그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맹자는 반문형식을 많이 사용한다. 상대의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상대의 의향을 반문해 상대의 반응을 살핀 후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상대의 기분을 적당히 맞춰 준다. 처음부터 틈을 주지 않고 반론을 하면 공연한 반발심을 유발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맹자는 종종 먼저 상대의 기분을 적당히 맞춰 주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각각의 논리에 초점을 맞춰 상대를 공략하는 방법이다. 한마디로 맹자는 박력이 있으면서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는 설득술을 구사한 것이다.

이왕 하는 말이면 되도록 두고두고 상처와 원한이 맺히는 말보다는 희망과 격려를 주는 말, 그러면서 지역발전을 위한 세련된 견제와 송곳질문을 서슴지 않는 충북도의회로 거듭나길 촉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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