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右派)가 흐려 놓은 청주공항

2017.10.31 13:59:43

[충북일보] 인천국제공항 허브화 정책의 최대 피해 시설은 청주국제공항이다. 모든 항공정책이 인천공항에 집중되면서 14개 지방공항은 그야말로 천덕꾸러기 신세다.

선출직들은 공항과 관련해 온갖 공약(公約)을 쏟아냈다. 공항은 정부정책이다. 그런데 지방 선출직도 대형 SOC(사회간접자본)를 약속하지 않으면 무능으로 비춰지나 보다.

MB와 홍준표 전 경남지사

2009년 2월 청주공항에 도착한 이명박(MB) 대통령은 청주공항 내 항공기정비센터(MRO) 시범단지를 약속했다. 수도권 전철 천안~오창~공항 전용선 건설도 얘기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기업도시로 바꾸려던 MB는 당시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속셈을 드러냈다. 세종시 수정안 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리고, 나아가 청주공항 민영화 문제도 해결하고 싶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과는 실패했다. 충청권은 세종시 수정안을 받아들일 조금의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한나라당 내 친박(친박근혜)계 역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했다.

무엇보다 세종시 수정안을 받아들이고 청주공항 MRO를 얻는 것은 충청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왔다.

청주공항 민영화 역시 만만치 않은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민심은 정부와 반대로 움직였다. MB는 경제자유구역(FEZ)도 약속했다. 그렇지만 당시 정운찬 국무총리는 충북 FEZ를 사실상 반대했다.

도민들은 현명했다. 세종시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청주공항 민영화도 반대했다. 그러면서 충북 FEZ 지정은 관철시켰다.

정권이 바뀌자 MB의 '5+2 광역경제권' 사업은 시들해졌다. 청주공항 MRO도 전국 지자체 공모로 바뀌었다. 홍준표 지사 취임 후 경남도는 사천공항 MRO에 올인했다. 충북과 상당한 인연을 맺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요구사항은 점점 더 늘어났다. 마치 '손 안대고 코를 풀겠다'는 심보가 엿보였다.

KAI는 결국 몰락했다. 방산비리가 터졌다. 상당수 도민들은 KAI의 몰락을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으로 받아들이고 싶어 한다.

세종시 수정안과 청주공항 민영화 반대는 어느 특정단체와 특정인의 공로가 아니다. 160만 도민이 똘똘 뭉쳐 이뤄낸 쾌거다. 타 지역에서는 '충북 이기주의'를 성토했지만, 도민들은 굴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의 세종시 원안과 공영(公營) 청주공항이 존재하고 있다.

결국 청주공항 문제는 MB와 박근혜로 이어진 우파(右派) 정부의 졸속 항공정책에서 비롯된 문제다.

우파가 흐려놓은 항공정책, 문재인 정부가 바로잡아야 한다. 지방분권의 관점에서 획기적인 지방공항 육성책을 제시해야 한다.

청주공항은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를 자랑하고 있다. 인천공항과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특화된 지방공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LCC 모기지 왜 중요한가

국내 대기업들은 앞으로 내수보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대기업격인 인천공항은 세계 유수의 공항들과 경쟁해야 한다. 중·장거리 해외노선에 집중하고 국내노선과 단거리 해외노선을 넘보지 말아야 한다.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세계시장에 집중해야 한다. LCC(저비용항공)는 내수와 단거리 노선을 특화시켜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LCC 문제를 서둘러 풀어야 한다. 그래야 청주공항이 모(母) 기지를 통한 활성화를 모색할 수 있다.

국토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160만 도민이 다시 한 번 일어서야 한다. 세종시 수정안과 청주공항 민영화 반대에 앞장섰던 시민사회단체들도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만 바라보는 정치공학적 셈법을 경계해야 한다.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역 현안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는 도민들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이 문제는 비단 충북도·청주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앙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활약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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