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팀 워크'를 중시해야 한다. 리더는 여러 성향으로 구분된다. 선두에 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가 있고, 맨 뒤에서 부하들에게 지시만 하는 리더가 있다. 정치인 중 지시만 하는 리더는 조폭 같은 보스에 불과하다.
레밍 신드롬
레밍은 집단생활을 하는 나그네쥐를 말한다. 한 마리가 바다에 뛰어들면 나머지 레밍들도 뛰어든다. 이를 '레밍 효과(The Lemming Effect)' 또는 '레밍 신드롬'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일각에서 레밍은 시야가 30㎝에 불과하기 때문에 바다를 건널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해 앞에 있는 레밍이 가니 나머지도 따라 간다는 얘기도 하고 있다.
'레밍 신드롬'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에서 제명된 무소속 김학철 도의원의 '레밍 발언'은 전후 사정 모두를 감안해도 매우 부적절했다. 설령 의원직을 사퇴한다고 해도 국민들에게 안겨준 씻을 수 없는 상처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레밍형 리더'와 '늑대형 리더'와 관련된 설명이라고 해명했다.
그가 말하는 레밍의 리더(우두머리)는 맨 앞에서 간다. 그래서 우두머리가 잘못 판단하면 레밍 무리 전체가 낭떠러지로 떨어진다는 논리다. 반면, 맨 뒤에서 가는 늑대 우두머리는 늙은 무리, 약한 무리, 강한 무리 등을 모두 돌보면서 뒤에서 간다고 했다.
아마도 김 의원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촛불혁명과 사회 곳곳에서 빚어지는 좌우갈등 등을 염두에 두고 레밍과 늑대를 예로 들면서 언론인 또는 도민들을 설득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레밍' 또는 '늑대' 모두는 국민들에게 상당한 혐오감을 준다. 들쥐와 박쥐, 늑대와 여우 등이 포함된 문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모욕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감안했어야 했다.
김 의원은 '레밍 발언'으로 소속 정당으로부터 제명을 당했다. 도의회 윤리위원회에서도 한 달 간 출석정지와 대도민사과 처분을 받았다.
그런 김 의원이 지난 11일 또 다시 '이번 일을 무겁게 받아들여 오른쪽, 왼쪽을 아우르고 늑대의 우두머리가 약한 놈, 어린놈을 모두 돌보면서 가듯이 배려와 관용, 포용의 정치 길을 가겠다'고 사과를 했다.
사과 치고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발언이다. 여당은 즉각 김 의원을 성토했고, 지역의 한 원로 언론인도 SNS를 통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일부 도민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김학철 심판'으로 규정할 움직임이다.
'늑대의 우두머리가 모두를 돌보면서 포용의 정치를 하겠다'는 의미는 자신을 늑대의 우두머리로, 도민은 '약한 놈·어린놈'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적지 않다.
도대체 그의 머릿속에 각인된 '레밍'과 '늑대'가 어떤 큰 의미를 가질 만큼 그렇게 대단한 가치가 있는 단어인지 되묻고 싶다.
역으로 보면 본인이 '레밍'
'레밍 신드롬'은 무비판적인 추종을 의미한다. 무비판적 추종은 공멸(共滅)을 불러올 수 있다. 김 의원은 최근 정치적 상황을 '레밍 신드롬'이라고 확신하고 있겠지만, 극소수의 아스팔트 우파를 제외한 대부분 국민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결국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본인만 줄기차게 '늑대형 리더'를 외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런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면 본인 스스로가 '늑대형 리더'가 아닌 '우두머리 레밍'으로 전락할 수 있다. 정치인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 시대가 더 이상 김 의원의 돌출행동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김 의원은 이제 '도광양회(韜光養晦)'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대중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정치인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 것이 본인이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카드다. 지역사회는 더 이상 '레밍 신드롬' 따위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