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한 바퀴'는 위태롭다. '두 바퀴'는 안정적이지만 '짬짜미'가 불 보듯 뻔하다. 그래서 '세 바퀴'가 필요하다.
우리 정치에서 특정 정당의 독주는 곤란하다.
제1 야당의 초라한 뒤태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대통령 탄핵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도보수 성향의 바른정당과 중도진보 성향의 국민의당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현 정국에서 양강을 꼽으라면 민주당과 한국당이다.
그런데 두 정당의 닮은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무엇보다 독주(獨走)하려는 생각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깊다는 점이다.
한국당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시절 야당세력을 철저하게 핍박했다. 최근 국가기관까지 동원한 공작정치의 음습(陰濕)한 행태까지 드러나고 있다.
한국당은 여당 시절, 그들만의 정치에 익숙했다. 대통령이 그랬고, 대통령 주변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 했던 인간들의 됨됨이를 보아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단 한가지도 없었다.
문고리 3인방에 블랙리스트까지, 과거 여당의 행태는 정당이 아닌 그야말로 일부 사이비 종교 집단에서나 볼 수 있는 폐쇄성 그 자체였다.
철저한 먹이사슬 구조도 마찬가지다. 원내와 원외, 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지지자 간 수직적 권력구조는 조금이라도 정치에 관심을 가졌던 2040세대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불러왔다.
지금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끼리끼리 문화가 고착화되고 있고, 당 내에서도 친문(친문재인)과 비문이 어쩔 수 없는 공존을 선택하면서 버티고 있는 모양새다.
'협치(協治)'란 말을 그럴싸한 단어로 전락시키고 있다. 현실 정치에서 '이너 써클(Inner Circle)'에 포함되기 위한 조건을 보면 협치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과거 여당이든 지금 여당이든 권력의 핵심층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3단계 이내'의 인재풀에 들어야 한다. 최고 권력자와 최고 권력자의 핵심 측근, 그 핵심 측근의 핵심 정도다.
핵심 측근의 3단계에 불과한 핵심에 붙어 관직이라도 하나 얻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제라도 정신차리고 현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고 싶다.
이렇게 폐쇄적인 구조에서 시민후보론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아야 한다. 그들에게 탕평은 그들이 설정한 '이너 써클' 안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한 때 백년정당을 꿈꾸던 자유한국당이 좀처럼 민심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취임했고, 이달까지 전국 17개 시·도당 위원장이 선출될 예정이지만, 최근의 추세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폭망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은 '환골탈태(換骨奪胎)' 해야 한다. 성형수술로도 용모 자체가 바뀔 수 없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백의종군을 선택하거나 강제적이라도 교체해야 한다.
시민후보론 먼저 실천하라
가장 이상적인 정치프레임은 '세 바퀴'다. 만약 '세 바퀴'가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두 바퀴'라도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야당에는 존재감이 없다. 여당의 헛발질에도 너무도 쉽게 무기력함을 드러낸다.
자유한국당 충북도당이 박덕흠 위원장 체제로 전환된다. 박 위원장은 현재 인재영입을 공언하고 있다. 여당과 달리 인물난에 시달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포석으로 읽혀진다.
박 위원장은 인재영입 대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때만 되면 무조건 출마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으로 보수의 가치를 이해하는 숨은 능력자들을 발굴해야 한다.
인적쇄신 대상자를 보좌하기 위한 사람들을 충원해서는 곤란하다.
한국당이 먼저 시민후보론이라도 실천해야 한다. 시민후보가 설령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어도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해야 한다. 그래야 결기를 인정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