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수해, 보호받지 못한 시민

2017.07.18 14:01:44

[충북일보] 22년 만의 폭우가 쏟아진 지난 16일 새벽 3시. 승용차를 끌고 서울로 향했다. 폭우가 매우 걱정됐지만, 사전에 약속된 일정을 취소하기 어려워 경부고속도로를 달렸다. 경기도 안성 부근에서 큰 위기를 맞았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폭우로 차가 흔들릴 정도였고, 앞 유리창을 때리는 비는 마치 작은 돌멩이의 몸부림처럼 느껴졌다.

서울은 쨍쨍 청주는 물난리

오전 6시 서울에 도착했다. 비는 오지 않았다. 습한 날씨였지만 아침부터 더위를 느낀 듯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웠다. 오전 8시 청주 곳곳에서 상당한 숫자의 SNS 메시지가 날라 왔다.

회사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17일(월요일)자 신문 제작을 위해 오전부터 청주 구석구석을 누비며 취재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오후 12시 30분, 다시 청주로 향했다. 경부고속도로는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충남 천안쯤 도착했을 때 고속도로 전광판을 통해 청주IC 통제 소식이 전해졌다. 청주IC를 통해 오송에 들렀다가 출근을 해야 했던 상황에서 매우 난감했다.

세종 쪽으로 방향을 돌리려 했지만, 세종에서 청주로 넘어 오는 길도 통제된 곳이 적지 않은 상황이었다.

극심한 지·정체를 인내하며 옥산휴게소 하이패스 나들목을 통해 오송으로 들어가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물에 잠긴 옥산휴게소가 통제되면서 청주IC를 통해 한 두 대씩 빠져 나가는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어렵게 진입한 청주, 흥덕구 강내면 앞에서 교원대 방향으로 차량을 돌려야 했다. 미호대교로 향하는 도로에 물이 가득 차서 통행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아무도 어느 방향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안내표지판도 없었다. 그냥 앞 차가 가면 영문도 모르고 쫒아갔다가 되돌아오기 일쑤였다.

교원대 앞까지 이동했다가 차량을 돌려 다시 강내면을 경유해 잠사박물관 쪽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잠사박물관을 통해 옥산 방향으로 건너갈 수 있는 교량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교량도 통행금지다. 잠사박물관 도로 입구에 통행금지 표지판만 설치했어도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다시 청주역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청주역에서 옥산교를 넘어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청주역 주변은 온통 뻘로 변했다.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차량들은 굼벵이처럼 탈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다시 차를 비하동 방향으로 돌려 최근 새로 개통된 고가도로를 통해 옥산교까지 주행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옥산교 통과. 이 과정에서 다리 밑 1m 지점까지 상승한 미호천 수위.

교행하는 차량 중 대형 트럭이 지나갈 때 마다 다리는 심하게 흔들렸다. 마치 다리가 무너질 것 같은 공포심. 이 때도 대형 트럭의 우회를 안내하는 표지판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었다.

물 폭탄 보다 무서웠던 무능

간신히 오송에 들렀다가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옥산교를 건넜다. 이어 3차 우회도로를 타면 되는데 이것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 차량이 한산한 무심천 둑길로 차를 몰았다. 한참을 달려 문암 생태공원을 지나 무심서로로 진입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충북선 철로 밑 도로가 침수돼 통행이 불가능했다. 다시 차를 돌려 3차 우회도로를 타고 청주 테크노폴리스 방향을 지나 2차 우회도로를 지나 청주시 운천동 회사에 도착했다.

잠시 울컥하는 기분이 느껴졌다. 그토록 난리를 쳤던 폭우 속에서 시민들은 보호를 받지 못했다. 순간순간, 국가와 지방정부는 이날 시민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었다.

고작 날아 온 메시지는 어느 당 도당위원장이 취임식을 했다는 보도자료 안내 메시지와 다른 당 대표가 내일(17일) 청주를 방문한다는 소식. 그리고 SNS 친구들의 걱정스러운 안부 메시지가 전부였다.

보도자료를 통해서만 위민(爲民)을 얘기하지 말아야 한다. 위기 속에서 보호를 받지 못한 시민들은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세금을 낸다. 지난 16일 청주시민들은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방치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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