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오랫 동안 소식이 뜸했던 지인들에게서 최근 가장 자주 받는 전화 내용은 이렇다.
"세종시 새 아파트로 이사 왔다. 언제 한 번 밥이나 먹자." 그들 중 대다수는 승용차로 인근 대전이나 충남·북까지 출퇴근한다고 했다. 하지만 교통 사정이 좋아 별 다른 불편은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 개월 사이 집값이 수천 만원 올라 아내가 좋아한다는 말도 종종 듣는다.
세종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대전·청주 등 인근 지역에서 '빨대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실제 세종시 인구를 보면 2015년 한 해에만 5만5천520명,2016년에도 3만2천429명이 늘었다. 연간 증가 인구가 웬만한 작은 군 전체와 맞먹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당초 신도시 건설 취지인 '수도권 인구 분산' 대신 주변 인구만 대거 유입되는 '제살 파먹기'가 나타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대규모 신도시 건설 초기에 주변 지역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장래인구 추계 시도편·2015~2045년' 통계를 보면 이는 장기적으로 기우(杞憂)에 불과하리란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 이후 30년간 인구 측면에서 전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지역이 충청권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이 기간 세종을 포함한 충청권 인구는 542만1천명에서 622만9천명으로 80만8천명(14.9%)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수도권(1.0%)보다도 훨씬 높다. 반면 같은 기간 영남권은 7.7%, 호남권은 1.3%가 각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세종시 건설 이후에도 충남·북 인구는 꾸준히 늘었다.
충남 주민등록인구(외국인 제외)는 세종시가 출범하던 2012년 7월말 202만1천776명에서 올해 5월말에는 210만5천959명으로 8만4천183명(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충북은 156만1천493명에서 159만2천573명으로 3만1천80명(2.0%) 늘었다.
단,세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대전은 초기 몇 년간은 감소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 주민등록인구는 2012년 7월말 152만2천581명에서 올해 5월말에는 150만9천587명으로 1만2천994명(0.9%) 줄었다. 하지만 2020년 152만2천명까지 줄어든 뒤 세종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는 이듬해부터 2033년까지는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경기(京畿)는 원래 '수도의 주변 지역'이란 뜻이다.
경기도가 전국 인구의 약 4분이 1이 모여사는 거대 지자체가 된 것은 가운데에 서울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진한 이른바 '백지계획(1977년 초 발표한 임시행정수도 건설계획)'이 제대로 추진됐더라면, 현재 세종과 충청지역은 명실상부한 '신수도권'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2003년부터 추진한 '신행정수도' 건설 계획에 대해 이듬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만 내리지 않았더라도 세종과 충청권의 위상은 현재보다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다.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같은 일이긴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선거 때 공약한 개헌을 통한 세종시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오는 7월 1일은 세종시 출범 5년, 같은 달 20일은 행정중심복합도시(신도시)가 착공된 지 10년이 되는 뜻깊은 날이다.
신도시 건설 목표 기간은 아직 13년이 더 남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신행정수도'로 격상돼야 하는 것은 역사 바로 세우기의 하나다. 세종을 비롯한 충청권 전체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