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충북도 행정이 모두 우수한 것은 아니다. 청주시 행정도 답답한 구석이 적지 않다.
그런데 최근 에코폴리스와 제2쓰레기 매립장 논란과 관련된 과정을 지켜보면서 행정의 관점으로만 따지면 두 기관의 판단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망친 '클러스터(Cluster)'
'경제자유구역(Free Economic Zone)'은 누가 뭐래도 '클러스터(Cluster)', 즉 집적화 사업이다. 그런데 충북 경제자유구역은 오송과 청주공항, 충주 등으로 갈라져 추진됐다.
하나로 뭉쳐지지 못하고 제각각 추진되다 보니 클러스터 지구에서 흔히 기대할 수 있는 국책기관 하나 유치하기 힘들었다.
지역 발전을 위해 경제자유구역 유치에 나선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 충주시민들의 분노와 울분을 폄훼하고 싶은 생각은 더 더욱 없다.
다만, 이번 사태를 정치가 망친 사례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싶었다. 적어도 충주 에코폴리스는 경제자유구역이 아닌 다른 형태의 특화지구로 추진됐어야 했다.
물론, 이시종 지사에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충주 에코폴리스 등 경제자유구역 정책에 대한 최종 책임은 지자체가 아닌 중앙 정부에 있다.
지금이라도 충북도와 충주시, 지역 정치권은 충주 에코폴리스를 대체할 다른 성장 동력을 연구해야 한다.
이제 와서 책임공방전은 무의미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대 정부의 핵심 정책이 바뀐 상황을 감안할 때 충주 에코폴리스는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미 한참 진행된 사업 속도를 잘만 활용한다면 어느날 갑자기 지역 경제의 효자로 우뚝설 수 있다는 얘기다.
마침 5월 9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충북의 입장에서 충주의 관점에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위해 새로운 '모멘텀(Momentum)'을 찾아야 한다.
어쨌든 충주 출신의 이시종 지사는 '정치인 이시종을 떠나 인간 이시종의 마음으로, 지금이라도 중단하는 것이 진정 주민을 위한 길이라 생각했습니다.'라는 장문의 SNS 글로 충주시민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이승훈 청주시장의 제2쓰레기매립장과 관련된 논란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민선 5기 전임 시장 시절 시작된 쓰레기매립장. 민선 6기 출범 후 지붕형을 노지형으로 변경하면서 발생한 쉽지 않은 갈등. 특히 일부에서는 청주시와 업체 간 유착의혹까지 의심하고 있다.
앞서 감사원 감사에서는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 아직도 의혹이 남아 있다면 이제는 수사의뢰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제2쓰레기매립장은 서둘러 추진되어야 한다. 설령 갈등이 있다고 해도 더 이상 늦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님비(Not In My Back Yard)'와 관련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를 감안해 청주시는 포기하지 말고 반대 주민들을 끝까지 설득하고 배려하면서 사업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정치인과 다른 행정가의 소신
이시종·이승훈, 두 지도자는 행정가 스타일이다. 둘 다 '워크홀릭(Workholic)'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지독한 일 벌레다.
이들이 만약 정치인의 관점에서 에코폴리스와 쓰레기매립장 문제를 판단했다면 최근 일각의 비난에 직면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두 사업 모두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질질 끌면서 책임을 회피할 '요량(料量)'이 없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들의 셈법에 대해 아주 수가 낮은 '하수(下手)'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의 관점에서 보면 두 지도자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된다. 물론, 반대의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주장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갈등에만 매달려서는 곤란하다. 완벽한 결정은 아니더라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결단을 내린 두 지도자의 판단을 지금은 믿고 지지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