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킬링'을 '힐링'으로 바꿀 해답은 균형발전

2016.09.22 19:00:13

명절 때마다 반복되던 '열차표 전쟁'은 2004년 경부선 KTX가 개통된 뒤 다소 누그러졌다.

하지만 '자동차 전쟁'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민 세금에다 민간자본까지 더해 수도권 사람들을 위한 '명절용 도로'를 전국 구석구석에 만들고 있다.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올해 추석연휴는 지난해보다 하루 긴 5일간(9월 14~18일)이었다.

"휴일이 늘었으니 작년보다는 길이 덜 막히겠지." 기자는 이렇게 자위하며 추석 하루 전인 14일 오전 7시 30분께 세종시를 출발,경부고속도로를 통해 대구 동쪽 경산시에 있는 형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로 바뀌었다. 목적지까지 평소의 2배가 넘는 5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새벽에 출발한 사람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우리나라에서 명절 교통난을 부추기는 근본 요인은 '수도권 인구 집중'이다. 수도권이 전국의 가운데가 아닌 북쪽 끝에 위치한 게 '눈물의 씨앗'이다.

물론 최근에는 고육지책으로 나이 든 부모가 자식이 사는 서울로 역귀성하는 '어색한 풍습'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나 학교 등을 찾아 수도권으로 간 사람들이 명절이면 너도나도 고향 앞으로 장거리 여행을 하다 보니 교통난이 심해진다.

문제는 명절에 장거리 귀향을 해야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통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 3개 시도(서울·경기·인천) 인구는 작년 11월 1일 기준 2천527만명으로,전국 인구 5천107만명의 49.5%였다. 2000년의 46.3%와 비교하면 15년 사이 비율이 3.2%p 높아졌다. 하지만 전국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 땅 면적은 늘어날 수 없다.

통계 상 지난 5년 사이 서울 인구는 16만명 줄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서울 집값이 너무 오르다 보니 인근 경기도로 이사 간 사람이다.

같은 기간 경기도 인구가 현재 청주시 인구와 비슷한 83만명이나 늘어난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국민 '2명 중 1명'은 수도권,'4명 중 1명'은 경기도에 살고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수도권 인구 집중이 심해지면서 최근에는 기자처럼 영·호남과 수도권 사이에 사는 사람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기도 한다.

"모든 길은 서울로 통한다"라는 불문율이라도 있는 듯,대전·대구 등 대도시를 통과하는 서울 연결도로가 잇달아 뚫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량이 몰리는 명절 때만 되면 이들 도시 주변 도로의 병목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명절(名節)은 당초 말뜻처럼 모든 이에게 '힐링(Healing·치유)' 시기가 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인 '킬링(Killing·기진맥진하게 만들기)'이다. 특히 영·호남까지 귀향을 해야 하는 수도권 거주 가장들은 장거리 운전으로 인해 몸이 파김치가 된다. 게다가 차례비나 부모님 용돈 외에도 수십 만원의 기름값과 통행료를 길바닥에 깔아야 하는 우울한 현실을 맛봐야 한다.

1인 및 핵가족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명절에나마 일가 친지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국민 정서 순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특히 올해는 추석 직전인 지난 12일 이후 경주 인근에서 큰 지진이 난 탓인지 고향이나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예년 명절 때보다 더욱 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하면서 '전쟁 치르듯' 가족들이 만나는 풍습은 이제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

결국 해답은 '균형발전'이다. 세종시를 비롯한 전국 10개 혁신도시가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지방에 좋은 일자리와 대학이 많이 생기면 명절 '킬링'은 '힐링'으로 바뀐다.

/ 최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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