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적 관점으로 본 '김영란법'

2016.08.11 18:04:35

[충북일보]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대표적인 규제 법률이다.

공무원은 물론이고 민간영역인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심지어 그들의 배우자까지 꽁꽁 묶어 놓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규제완화 정책에 올인했다.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규제를 풀기도 했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규제프리존' 역시 대표적인 규제완화 정책이다. 해당 구역에서는 규제제로화를 통해 신성장산업 육성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색할 수 있다.

'김영란법'은 규제와 완화의 갈림길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오락가락하게 만들 수 있다.

공무원 집단은 '선도적 소비층'이다. 그들은 농산물 팔아주기, 지역제품 구매운동, 관공서 주변 음식점 이용하기 등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늘 앞장서서 소비촉진 캠페인을 벌였다.

공무원 사회가 급속이 얼어붙고 있다. 관공서 주변 음식점들은 벌써부터 매출감소에 울상이다.

'밥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가이드라인은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공무원 등 주요 소비층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사회적 관점에서 '김영란법'을 따져보면 북한의 '5호 담당제'보다 더 강력한 감시체계가 구축될 수도 있다.

'5호 담당제'는 북한이 주민 다섯 가구마다 한 명의 5호담당 선전원을 배치해 가족생활 전반에 걸친 당적 지도라는 명목으로 간섭, 통제, 감시하는 제도를 말한다.

'김영란법'은 가족과 친지, 주변 인물은 물론 음식점 직원은 청탁을 한 사람과 청탁을 받은 사람까지 모두 상대를 감시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김영란법' 위반 사례를 신고하면 포상금도 받을 수 있다. 아주 가까운 사이라도 서로를 불신하는 풍조가 우려된다.

철학적 관점으로 보아도 '김영란법'은 불평등 법률이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무려 400만 명에 달한다. 당초 정부가 19대 국회에 제출한 원안보다 적용대상자가 훨씬 증가했다.

19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새롭게 추가된 대상자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이다. 그래서 오는 9월 28일부터 전국의 언론인과 그의 배우자, 사립학교 교원과 배우자 등은 공무원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된다.

'김영란법' 대상자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이 포함된 것은 19대 국회 정무위원회의 이해할 수 없는 이유에서 비롯됐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KBS와 EBS 임직원을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포함하면서 MBC와 SBS 등 민영방송을 포함하지 않으면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런데 19대 국회는 방송사 임직원들의 기능적 형평성만 따졌다. 모든 방송사가 정부로부터 세금을 지원받지 않는다는 사실은 아예 외면했다.

지방 언론사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대부분 언론인들은 3만원 짜리 밥을 먹지 못해 안달하지 않는다. 실제 정치인들에게 3만원 짜리 밥은 흔하지만, 대다수 언론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5만원 짜리 선물도, 10만원의 경조사비도 중요하지 않다. 소위 접대골프를 받는 언론인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를 감안할 때 '3·5·10 금품수수 금지' 규정은 농수축산업계의 강력에 반대와 달리 언론계가 직접 반대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취재·보도와 함께 고유업무 중 하나인 광고·협찬 요청행위까지 부정청탁으로 간주해 처벌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렇게 되면 상당수 언론인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런 두려움은 최근 중앙과 지방 언론사 곳곳에서 쉽게 확인된다.

정부는 최소한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 등을 통해 언론사 임직원들의 정상적인 광고·협찬 요청을 부정청탁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언론사 임직원들의 '고유업무'를 현실적으로 해석하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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