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법이 문제라고

2016.07.21 18:56:13

[충북일보] 예정대로라면 오는 9월28일부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김영란법 시행이 코앞인데, 아직까지 정치권과 사회 각 분야에서 찬반 논리가 뜨겁다. 여러 독소조항이 있어 신중해야한다는 목소리와 시행도 해보지 않고 걱정부터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필자는 오늘 김영란법의 옳고 그름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명절선물이나 경조사비, 한끼 식사비까지 법으로 정해 놓고 살아야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고 화가 나기 때문이다. 30~40년 전과 비교할 때 적어도 우리는 권력에 대항하지 못하고 덜 성숙된 사회·경제적 구조 속에서 고단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 모든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고, 교육수준도 높아졌다.
 
그러나 청렴 수준은 어떠한가. 재물을 탐하고, 권력을 좇는 자들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치밀해지고 지능화됐다. 몇몇 미꾸라지들로 인해 다수의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 현상도 그대로다. 현직 검사장이 백억대 재산을 불리기까지 자행해 온 온갖 불법적인 행위가 최근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일부터 국민을 개, 돼지로 비유한 교육계 고위공직자의 모습까지 서슬이 퍼렇던 과거 어두웠던 시절과 너무나도 닮았다.
 
우리지역은 또 어떠한가.
 
김영란법이 왜 필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공직사회 부정부패의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사건이 최근 청주시에서 터졌다. 지난해 청주시 보조금(수출지원사업) 3억3천만원 가운데 정산서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1억원 상당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글로벌무역진흥협회가 경찰수사로 적발돼 관계자 7명이 형사 입건됐다. 경찰조사결과 이 협회 사무국장인 A(45)씨는 빼돌린 시 보조금을 시 공무원들의 외유성 여행경비 지원과 향응접대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또 지난해 10월께부터 올해 2월까지 10여차례에 걸쳐 시 공무원들에게 식사비용을 대주고 명절 때면 더덕 선물세트, 홍삼 등 고가의 선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시 직원들은 지난해 중국 우한시 방문 당시 전통 공연을 관람한 뒤 비용 240여만원을 이 협회 관계자에게 떠넘기고, 유흥업소에서 여성접대부 비용 1천위안(약 17만원)도 요구해 받아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시 직원 3명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5급 과장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이 협회에 보조금이 지원되도록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은 청주시의회 B의원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처분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 사건은 시 공무원 2명이 지난 5월1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중국 여행길에 오르기 전 이 협회 직원으로부터 1인당 140만원씩 모두 280만원을 위안화(1만4천900위안)로 받은 사실이 시 자체 감사에 적발돼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은 당시 협회 직원에게 '여행경비를 해결해 주지 않으면 앞으로 사업(보조금)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국민 돈으로 갑질을 한 셈이다. 이들은 충북도와 청주시 징계위원회에 각각 회부돼 해임됐다. 아직 경찰수사가 마무리된 상황은 아니다. 검찰, 법원에서 가려야 할 문제도 남아있다. 필자가 우려하는 점은 이와 같은 공직비리, 사회문제가 비단 이번만의 문제인가라는 점이다. 수사기관에 적발되지 않았을 뿐이지 이 보다 더 썩은 냄새나는 일들이 분명 많았을 것이다. 아니 지금 이 시간에도 진행되고 있을지 모른다.
 
이러한 일들이 변함없이 지속되는 한 그 누구도 김영란법 시행에 딴지를 걸 수 있는 명분은 없다. 앞으로 이 보다도 더 강력한 법이 만들어져 우리 스스로의 목을 조르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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