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면피가 판치는 사회

2016.07.05 18:57:58

[충북일보] 심청이는 판단미숙의 저능아요. 춘향이는 요행수에 운명을 건 투기녀다. 흥부는 제몫도 챙기지 못한 멍청이다. 부양가족의 호구지책도 세우지 못한 나태하고 무능한 가장이다.

전통사회의 모범시민이었던 과거의 인물들에게 내린 선고다.

갑질, 부지기수다

효행과 신의, 우애와 배려는 차후의 문제일 뿐이다. 우선은 '나'부터다. 잇속을 챙기는 것이 급선무인 세태다. 얼마 전 몇몇 지인들과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나눈 대화의 귀결점이다.

오늘날 철면피 장본인들의 행태는 천태만상(千態萬象)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을 필두로 친인척 채용 문제가 추가로 드러났다. 얼마 전 새누리당 의원 2명 더민주 의원 1명 등 3명이 친인척 보좌관 부적절 채용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더민주 의원에 이어, 친인척 채용 2호를 기록한 이는 새누리 박인숙 의원이다. 나머지 2명은 새누리 김명연 의원과 더민주 안호영 의원이다. 사실관계는 엇비슷하다. 5촌 조카 및 동서, 매제, 6촌 동생이 등장한다. 서 의원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 표정관리하고 있었던 셈이다.

갑질 사례는 또 있다. 국회의원들의 보좌관과 비서관 월급 상납 행태다.

월급 상납은 이들 월급 중 일부를 돌려받아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 또는 비등록 직원들의 월급을 보조하는 행위를 말한다.

국회사무처는 의원실에 등록된 보좌관 2명, 비서관 2명, 6~8급 각 1명, 인턴 2명 등에게 월급을 직접 송금한다. 한데 일부 국회의원들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좌관과 비서관의 월급에서 일부를 떼어 후원금으로 돌려 사용한다는 것이다.

충북도내 모 지역구 국회의원도 지난 수개월 동안 보좌관·비서관의 월급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행위는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적절한 처신으로 구설에 오른 여야 정치인은 부지기수다. 그 때마다 논란에 휩싸인다. 국회의원들을 바라보는 눈이 곱지 않은 이유다.

친인척 채용 사태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시험대다. 정치권이 도덕적 재무장을 하는 거울로 삼을 일이다. 재발 방지를 담보할 법제화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인성이 먼저다

철면피 행태는 기득권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얼마 전 장애인 머리염색 비용으로 52만원을 청구한 충주의 한 미용실 업주가 구속됐다. 경찰수사결과, 문제의 업주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저소득층 8명에게 11차례에 걸쳐 230여만의 부당요금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은 파렴치한 사례는 충주의 머리염색만이 아니다. 경기도에선 장애인인줄 알면서도 싼 장애인 요금제가 아닌 비싼 일반요금제와 최신 단말기를 구매토록 한 휴대폰 대리점도 있다. 뇌병변 장애인에게 1천만원도 안 되는 중고차를 1천500만원에 강매하다시피 해 차를 사게 한 인천의 판매상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약자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것은 범죄행위와 다름 아니다.

철면피한 행태는 특정세대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연령의 상승한계가 없다. 세대구별을 무시한 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확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사고(思考)가 사고(事故)를 부르고 그런 철학이 철면피한을 양산하고 있지만 막아 낼 묘책이 없다는 점이다.

그간 흥부의 선행을 칭송하고 우애를 찬양하면서 자신의 철면피를 질타하는 귀 따가운 소리에 기가 죽었던 놀부가, 그야말로 신이 나서 생기충전하고 용기백배해 세상을 쥐고 흔드는 판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씁쓸한 사회상이다.

무엇보다도 인성이 먼저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모두가 진실로 깊은 자각과 반성의 시간을 한번쯤 가져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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