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목종, 왜 충주로 낙향하려 했을까

2016.05.10 16:30:21

조혁연 객원 대기자

[충북일보] 고려 제 5대 임금인 경종(955~981)은 관리들의 봉급제도인 전시과(田柴科)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 제도에 의해 고려의 관리들은 가을철이 되면 농민의 개인 농토에서 수확량을 10%를 가져갔고, 또 땔감을 채취할 수 있는 임야를 제공받았다.
 
그런 전시과는 벼슬의 높고 낮음인 관품(官品), 그리고 인품(人品)에 따라 토지를 차등적으로 지급하였다. 이 가운데 인품은 시행 초기부터 골칫거리가 됐다. 인품은 개성 신·구 세력의 정치적 흥정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주관성을 지닐 수 밖에 없었다.
 
경종에 이어 왕위에 오른 목종(穆宗, 980~1009)이 초기 전시과의 불합리성을 개혁하였다. 본명이 왕송(王誦)인 목종은 전시과 외에 학문을 장려하는 등 선정을 행했으나 후사가 없었다. 《고려사》에는 동성애를 즐긴 것으로 기록돼 있다.
 
목종의 생모는 천추태후(千秋太后, 964~1029)이다. 그녀는 중 김치양(金致陽·?~1009)과 불륜에 빠져 아들을 낳았고, 목종이 후계자로 정한 당숙 대량원군 순(詢)을 제치고 그 사생아를 왕으로 삼으려 했다.
 
목종은 둘의 음모를 눈치채고 서경(평양)에 나가있는 강조(康兆)에게 긴급 구원을 요청하였다. 황급히 개성으로 돌아온 강조는 김치양을 살해하고 천추태후를 사리원 옆의 황주라는 곳으로 유배를 보냈다.
 
사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강조는 이후부터 권력의 발톱을 드러냈다. 그는 강조를 폐위하고 자신이 막후 조종할 수 있는 대량원군을 왕으로 앉히니 그가 바로 고려 8대 임금인 현종(顯宗)이다. 최고의 실세가 된 강조는 자신이 주군으로 모시고 있던 목종을 양국공(讓國公)으로 강등시킨 후 감시인을 배치했다. 결국 목종은 귀법사라는 절로 쫒겨났다.
 

《고려사》 세가 목종 12년 2월조. '다만 시골로 돌아가서 늙기를 원하고', '마침내 충주로 떠났다'(선)라는 표현이 보인다.

'일행이 귀법사에 도착하자 왕(목종 지칭)의 어의를 벗기고 음식의 격식을 낮추어 올렸다.'-<고려사 목종 12년 2월> 목종은 도성 안에는 목숨 보존이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고, 따라서 시골로 낙향해 살고자 했다.
 
'"모두 내가 부덕한 탓이지 다시 무엇을 원망하겠는가? 다만 바라는 바는 시골로 돌아가 늙는 것이니 경은 새 임금에게 이 뜻을 말씀 올리고 잘 보좌토록 하라."고 이른 후 충주(忠州)로 떠났다.'-<〃>
 
그가 왜 낙향지로 우리고장 충주를 선택했는지 《고려사》에는 기록돼 있지 않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그의 아내 선정왕후 유씨(宣正王后 劉氏)의 관향이 충주였기 때문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녀와 목종은 외사촌 간으로 근친혼을 했으나 앞서 밝힌대로 후사는 없었다.
 
강조는 목종을 살려둘 경우 충주에서 세력을 모아 재기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충주를 항해가는 목종이 적성현(積城縣·지금의 경기도 파주시)에 이를 즈음 부하를 시켜 살해한 후 국왕 현종에게는 자살했다고 보고했다.
 
《고려사》는 목종의 마지막을 '시신은 문짝을 뜯어서 만든 관에 넣어 객관에다 임시로 안치했다'라고 기술하였다. 그리고 그의 시신은 한 달이 지난 후에야 개성에 돌아올 수 있었다.
 
'한 달을 넘겨 적성현의 남쪽에서 화장한 후 능호를 공릉(恭陵), 시호를 선령(宣靈), 묘호를 민종(愍宗)이라고 했는데 모두 강조가 제멋대로 지은 것이다.'-<〃>
 당대 임금 현종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거란이 강조의 변을 문책삼아 침입해 오자 비로서 목종의 처참했던 최후를 알 수 있었다.


/ 충북대학교 사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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