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로 말하고, 투표로 분노하라

2016.03.24 18:02:44

20대 총선거가 본 궤도에 진입했다.

24~25일 후보자 등록을 거쳐 오는 31일부터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전개된다.

19대는 역대 최악의 국회로 기록되고 있다. 여야는 툭하면 정쟁(政爭)을 일삼았고, 당내에서는 계파싸움으로 몸살을 앓았다.

마치 300년 전 조선시대에나 볼 수 있었던 사색당파 싸움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3월 들어 본격화된 여야의 공천과정은 더욱 한심하다.

틈만 나면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유선전화 자동응답(ARS)처럼 떠들었지만, 국민을 위한 아름다운 공천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여야는 공천권을 100%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했다고 했다. '당원 30%+국민 70%' 여론조사, '100% 여론조사' 등이 구체적인 액션플랜이었다.

여야는 이를 위해 안심번호 여론조사 방식도 도입했다. 그런데 당내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안심번호 여론조사는 '꼼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여론조사를 했는데 지지율을 알려주지 않은 정당도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가 1등인데도 아예 당내 경선에서 참여시키지 않는 이른바 '컷 오프(경선배제)'도 수두룩했다.

말로는 전략공천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해 놓고 여야는 전국 곳곳에서 물갈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됐다.

당연히 '컷 오프'에 불복한 예비후보들의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봇물을 이뤘다. 하루 아침에 여당에서 야당으로 당적을 옮기고, 야당에서 야당으로, 야당에서 여당으로 말을 갈아 탄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국민을 위한 선택임을 내세웠다. 유권자들 모두 알고 있다.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오직 자신의 정치적 생명 연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자신들의 상향식 공천제가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더 이상 말하지 말아야 한다.

오직 현역 국회의원과 현역 당협·지역위원장의 기득권을 지켜주고 싶었다고 공개해야 한다. 그래서 오는 201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든든한 우군을 얻고 싶었다고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

수도권과 영·호남권을 중심으로 전개된 여야의 이 같은 '무대포 공천'은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비례대표 공천 과정을 보면 더욱 추잡하다. 청년과 여성, 장애인 등에 대해 배려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가장 정확한 기준은 여야 실세와의 관계였다.

충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깜깜이 경선'에 종잡을 수 없는 '공천 원칙'으로 수 많은 예비후보와 캠프관계자들을 정신적 공황상태로 몰어넣었다.

보수와 진보가 갈라진 대한민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모든 것을 바꿨다.

아무리 뛰어난 의정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공천과 관련한 막강한 실력자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생선'이었다.

더 이상 민주를 팔아먹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건강한 보수이념을 흥정하지 말아야 한다.

보수를 대변한다고 했던 새누리당은 지금 건강한 보수세력도 떠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진보를 대변한다고 했던 더불어민주당도 '역겨운 사천(私薦)'을 사죄하지 않으면 희망을 찾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오는 4월 13일 투표율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새누리당의 '막장 정치'에 실망한 보수층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새누리당에 버금가는 '보스 정치'를 보여준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제3당 국민의당도 기존 '빅2 정당'과 다르지 않다.

2030 청년들이 나서야 한다. 4050 중·장년들도 나서야 한다. 여야의 '막장 정치'를 심판하고, 새로운 20대 국회를 열어야 한다.

정치가 더렵다고 투표를 외면하면 정치는 더욱 나락에 빠져들게 된다. 투표로 말하고,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 심판의 방향은 각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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