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정치

2016.02.18 15:43:17

[충북일보] 나라가 어지럽다.

경기도 부천에서 부모가 초등생 아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목사 부부가 여중생 딸을 살해한 사건이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어머니가 큰딸을 5년 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암매장한 사건은 국민들을 '패닉(Panic)'으로 만들었다.

툭하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아동을 학대하는 장면이 가슴을 흔든다. 말을 듣지 않는다며 아이들의 얼굴까지 이불을 덮어버린 어른들의 행동을 보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가정이 무너졌다. 사회 구성원들은 서로를 믿지 않는다. 국가기강도 말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을 바로 잡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줘야 할 정치는 이미 기득권 세력의 '밥그릇'싸움으로 난장판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우리사회는 더욱 심각한 민낯을 드러냈다.

역대 최고의 한중 간 '정열경열(政熱經熱)'은 하루 아침에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는 처지로 전락했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한반도 6자 간 '동상이몽(同床異夢)'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 사회를 이처럼 희망이 없는 사회로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정치가 뭐고, 사회지도층의 역할은 무엇인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우리 역사상 최장수 왕위를 기록한 영조(1694~1776년)는 무려 52년에 걸친 집권을 통해 조선의 제2의 부흥을 이뤄냈다.

당시 조선의 지도층은 동인과 서인, 남인, 북인으로 갈라져 당파싸움에 몰두했다. 당파는 곧 노론과 소론, 남인과 북인 등으로 분화됐다.

영조는 '탕평책'으로 사색당파의 폐단을 극복하는데 골몰했다. 조선 최고의 개혁적 군주로 평가받은 손자 정조와 함께 18세기 조선의 최대 중흥기를 이끌었다.

조선 23대 왕에 오른 순조(1800~1834년)도 영·정조 시대의 중흥기를 계승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순조에게는 정순왕후를 중심으로 하는 외척세력이 큰 걸림돌이었다.

결국 당쟁을 치유하지 못한 조선은 3대 60년에 걸친 세도정치 시대에 돌입했다. 동북아 국가들이 개혁과 개방을 통해 근대사에 진입하던 상황에서 조선은 당쟁과 세도정치로 국력을 낭비했다. 향후 일본의 국권침탈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처럼 무려 300여년 전 조선왕조를 병들게 만든 당파싸움이 21세기 대한민국 정치에도 나타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갈등을 보면 전형적인 계파싸움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미 분당(分黨)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주류세력인 새누리당 내 친박계는 조선시대 사색당파 중 강경파와 유사한 행보를 보여준다.

조선시대 주류세력은 서인과 노론, 벽파로 볼 수 있다. 사도세자의 죽음을 애도했던 시파의 경우 소론과 남인, 심지어 북인과도 연합하면서 온건파의 면모를 보여줬다.

물론, 서인~노론~벽파의 지역적 기반이 경기와 충청, 호남을 연계하는 기호학파였던 점을 감안하면 현실 정치의 영·호남 갈등과는 반대의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친박~진박 등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주류세력은 강경파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결해야 한다. 이제라도 조선시대 '탕평'에 비교될 수 있는 '대통합'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친박 내 온건파는 물론이고, 비박계와 야권까지 포용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국정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를 일삼는 세력도 국정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견지해야 한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안 통합의 정치에 앞장서야 한다. 당파의 기득권을 멀리하고 오로지 민본(民本)의 정치에 매진해야 한다.

오는 4월 13일 20대 총선에 연령과 지역, 계층을 망라하고 모두가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적극 지원하고, 당파싸움은 견제해야 한다. 투표는 유권자가 가질 수 있는 최상의 정치적 무기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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