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다운 참모 봤소?”

2008.07.20 19:34:58

최근 충북도청 안팎에서 ‘참모다운 참모가 없다’라는 자조 섞인 푸념을 흔히 접할 수 있다.

푸념을 요약해 보면 나쁜 소식을 먼저 말하는 참모, 지도자를 설득할 줄 아는 참모, ‘아니다’라고 말하는 참모를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특별도 건설을 지향하며 출범한 민선4기 충북호가 후반기에 접어든 가운데 참모 역할 론에 따른 푸념이 들끓고 있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에게 있어 참모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자체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치시대 참모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다. 훌륭한 지도자와 참모가 그 지역의 미래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충북도의 현실은 어떠한가.

하위직 공무원들은 일부 간부공무원들의 비생산적인 언행과 업무스타일을 노골적으로 지적하는데 서슴치 않는다.

지도자를 최측근에서 보좌해야 할 중견참모들의 ‘마이웨이’식 발상과 행보가 되레 조직안정과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말이다.

크고 작은 사안 발생 시 일부 참모진들이 세련되지 못한 리더십과 뒤처진 대처능력 또한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야기됐던 충북도와 청주시 갈등 과정에서 참모들의 대처능력을 지켜봤던 하위직 공무원들의 실망감은 더욱 컸다.

한발 먼저 시대와 흐름을 읽고, 아이디어를 지도자가 수용하도록 설득함으로써 지도자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참모도 찾아보기 힘들다.

도지사 주변 사람들은 충성심 경쟁에서, 또는 ‘모난 돌’로 찍힐까 봐 코드에 맞추기만 하는 경향도 엿보였다.

그러다 보니 도지사가 한마디 하면 우르르 몰려가기 십상이었다. 험한 바다를 가로 지르는 항해에서 1등 항해사가 무조건 선장이 하라는 대로 해서는 그 배의 전도가 암담하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참모다운 참모가 그리워지는 이유다.

참모진은 도민에게 안테나를 맞추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도청만의 집단사고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집단사고에 빠지지 않으려면 지도자에게 바른말 하기를 겁내지 말아야 한다. 지도자부터 마음의 문을 열고 어떤 직언이든 경청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도자가 싫어하면 참모들은 입을 닫기 마련이다.

참모들은 자신들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낡고 좁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변화를 제대로 간파하고 따라잡으려면 공기처럼 흐르는 민심의 잣대로 세상을 봐야 한다. 국민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읽어 내고 대처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다.

하우, 모리스, 굴드 이들은 과거를 모방하거나 상황을 쫓아다니거나 지도자의 처분만 바라보는 수동적 자세의 참모가 아니었다.

역사의 흐름과 대중의 정서에 맞춰 변화를 선도함으로써 성공을 만든 명 참모였기에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었다.

불굴의 의지, 출중한 외모, 유창한 언변, 넉넉한 친화력, 카리스마 등이 역사 속에 지도자가 성공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러는 운이 좋아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지도자의 리더십과 참모의 역량이다.

영웅호걸들이 출연한 장쾌한 드라마의 이면에는 그들을 움직인 숨은 조력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강태공, 관중, 장량(장자방), 소하, 제갈공명, 순욱, 야율초재, 유기, 정도전, 한명회 등이 바로 그다.

충북도민과 지도자를 위한 진실 되고 창조적 상상력을 제시하는 참모다운 참모가 더욱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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