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의식주(衣食住)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3대 요소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급속한 경제개발로 인해 현재 의(옷)와 식(음식)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국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주(집)가 가장 큰 문제다. 통계상으로 전국 평균 주택보급률은 10여년 전인 2002년 100.6%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100%를 넘어섰다.
정부가 2003년부터 판교·동탄 등 수도권 2기 신도시를 개발하고 민간건설사들이 브랜드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2014년말에는 118.1%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특히 도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받는 대표적 '내 집 장만'이다. 통계상으론 이미 '한 가구에 한 집'을 넘어섰지만,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가 점유율(전체 가구 중 자기 소유 집에서 사는 가구 비율)은 54.2%에 불과하다. 영국(70%·2010년)과 미국(66.4%·2011년)은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토끼장'집이라고 깔보는 일본(61.2%·2008년) 보다도 못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등으로 서울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날뛰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8년 6월 9억9천만원에 거래된 반포 주공1단지(전용면적 72㎡형) 아파트는 올해 들어서만 1억원이상이 올라 현재 13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전용 228㎡)는 2008년 6월 37억2천500만원이던 게 지금은 40억5천만원으로 올랐다. 7년 전 2억8천500만원이던 연희동 대우아파트(전용 59㎡)는 현재 3억8천5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대부분의 지방 사람은 평생 벌어야 만져보지도 못할 엄청난 돈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비싼 집에 사는 서울사람들은 과거보다 더 행복해졌을까. 유감스럽게도 절대로 'No'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적으로 선진국 그룹에 속하는 33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주거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은 24위로 하위권에 속했다. 점수로는 10점 만점에 겨우 2.1점이었다. 1위인 캐나다 온타리오(8.5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고,일본(4.7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떨어지는 체코(2.5점)보다도 더 낮았다.
국내 지역별 점수는 경북과 호남이 각각 3.2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강원 2.9점, 충청 2.8점, 경남 2.7점, 제주 2.6점 등이었고,수도권은 가장 낮았다. OECD는 1명당 방 숫자로 주거 행복도를 산출한다. 우리나라 수도권 주민 1명이 차지하는 방은 평균 1.3개로, 캐나다 온타리오(2.4개)의 절반을 약간 넘었다. 서울시민만 따지면 방 숫자는 이보다도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나라 수도권은 대다수 선진국이나 국내 다른 지역에 비해 집값은 비싸지만, 주민들의 주거 행복도는 낮은 셈이다.
이같은 비극의 주원인은 '수도권 집중'에 있다. 지난 50여년 간 '경상도 철수'와 '전라도 순이'들이 너도나도 서울과 인근 지역으로 몰린 결과다. 남한 면적의 11.8%에 불과한 땅에 49.4%의 인구가 몰려살다 보니 주거의 질이 좋아질 수 없다. 정부는 폭등하는 집값을 안정시키고 주택난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분당, 일산 등 1기 수도권 신도시 5곳을 건설, 1992년까지만 117만명의 인구를 늘린 데 이어 현재 2기 신도시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이 계속되는 한 '깨진 독에 물붓기'다.
해결책은 분명하다. 세종시와 10개 혁신도시를 제대로 만들어 수도권 인구를 분산시켜야 한다. 그것이 수도권 사람들의 주거 행복도를 높여주는 '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