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이야기 - 유휴공간의 재발견

국군 기무사 부지·건물… 여성친화·평생학습공간 조성
삭막한 콘크리트 담장에 작품 전시해 볼거리 제공
KBS청주방송국, 오늘 11월 '청주시립미술관' 개관… 항온·항습 시스템 도입

2015.07.07 18:30:06

[충북일보] 오랫동안 방치된 유휴공간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쓸모있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여성친화공원인 배티공원

ⓒ기획취재팀
주민들의 생활공간에서 우범지역으로 전락하던 유휴공간의 이 같은 변신은 '낡으면 버린다'는 생각에 갇혀있던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상징물이 되고 있다.

과거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건물과 부지는 청주시민의 평생학습과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서원구 모충로 25번길 43(개신동) 여성친화공원인 배티공원과 청주시평생학습관 분관은 군사에 관한 정보수집·수사하는 업무를 맡아보던 기무사였다.

국방관련 기밀보안업무를 수행하는 탓에 이 부지는 높은 담장을 사이에 두고 주거지역인 주택가와 철저히 독립된 공간으로 남아있었다.

이 부지와 건물은 건설사에 매각돼 아파트가 건립될 예정이었지만 휴식공간으로 조성해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으로 2008년 1종 일반주거지역에서 공원부지로 변경됐다.

옛 기무사 담장

ⓒ기획취재팀
소유주인 국방부는 난색을 표했지만 지역 정서를 감안해 2010년 12월 청주시에 매각했다.

이후 시는 1만 5천여㎡의 부지에 사업비 113억원(보상비 87억원, 공원조성 16억원, 건물 리모델링 10억원)을 들여 전국 첫 여성친화공원과 평생학습관 분관을 조성했다.

'배티공원'으로 불리는 여성친화공원은 광장과 놀이터, 게이트볼장, 다목적구장, 쉼터, 건강트랙·유모차로 등을 갖추고 있다.

유모차 진출입이 쉽도록 산책로는 턱이 없이 만들었고 구두 굽이 빠지거나 끼지 않는 포장재를 사용했다.

공원에는 옛 기무사를 둘러싸고 있던 담장을 일부 남겨둬 이곳이 기무사 터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건물은 리모델링해 평생학습관 분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평생학습관 분관은 강의실과 동아리실, 북카페, 배티공원 역사관을 갖추고 있다.

평생학습관 분관은 월~금요일 옷 만들기, 홈패션, 제빵기능사, 제과기능사, 우쿨렐레, 통기타, 홈베이킹, 떡 만들기, 계절생활 요리, 웰빙요리 가정식 행복밥상 다양한 강좌가 열리고 있다.

청주시평생학습관 분관 전경

ⓒ기획취재팀
기무사 부지와 건물이 주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뒤 공원 맞은 편 콘크리트 담장은 지역작가들의 손을 거쳐 화사해졌다.

작가들은 배티공원에서 열린 어린이 사생대회 수상작품을 타일벽화로 그대로 옮겨왔다.

충렬로 18번길 50(사직동) 옛 청주 KBS 건물과 부지는 청주시립미술관으로 활용된다.

옛 KBS청주방송국 건물은 시립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오는 8월 초 준공, 11월 개관을 목표로 외관 단열재 설치 공사 등이 진행되고 있다.

청주시립미술관으로 개관하기 위해 리모델링 중인 옛 KBS청주방송국 건물

ⓒ기획취재팀
부지 9천134㎡, 연면적 4천546㎡(지하 1층, 지상 4층)의 건물을 시립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하는 데 드는 사업비는 84억6천900만원으로 이곳은 6개 전시실, 수장고, 2개 교육세미나실, 북카페, 휴게실, 작품 보존처리실, 아트숍 등을 갖추게 된다.

전시실에 첨단 항온·항습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춰 국내외 유명 작품 전시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옛 기무사, KBS와 함께 도심 속 흉물로 남아있던 옛 국가정보원 충북지부 부지와 건물은 활용방안을 찾지 못했다.

옛 국정원 충북지부 부지는 사직대로 196-13(사직동) 6천131㎡ , 연면적 1377㎡ 규모의 3층 건물 3개 동이 있다.

국정원 충북지부가 개신동으로 이전하면서 시는 지난 2000년 충북지부 터(6천200여㎡)와 건물을 37억7천여만원에 매입했다.

청주시립미술관으로 개관하기 위해 리모델링 중인 옛 KBS청주방송국 부지에 남아있는 송신탑

ⓒ기획취재팀
박물관과 미술관이 들어서는 복합문화센터를 비롯해 직지기록문화센터, 비즈니스형 호텔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검토됐던 예산 문제로 번번이 무산되면서 15년째 방치되고 있다.

지난 2005년에는 민간자본을 유치해 아쿠아리움과 미술관, 전망대 등이 들어서는 복합문화센터를 건립하려다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2010년에는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들어서는 복합문화센터 건립을 추진하다 문화관광체육부로부터 사업 불허 통보를 받아 건립이 무산됐었다.

활용방안을 놓고 고심하던 시는 일단 시민여론이 형성되고 대안을 찾을 때까지 체육시설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시 관계자는 "건물을 철거해 넓은 부지는 정구장 등 땅만 쓸 수 있는 체육시설로 활용할 방침"이라며 "예산 수립 등 사전절차를 거쳐 건물을 철거하겠다"고 말했다.

도심 속 빈 건물과 땅을 지자체가 매입해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쇠퇴한 주거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없이 수십 억원의 예산을 들여 매입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시민 박모씨는 "유휴공간을 지자체가 매입해 시민문화공간으로만 활용하면 매입비용은 물론 향후 운영비가 지속적으로 투입될 것"이라며 "건물의 가치와 역사성을 따져 보존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시민이 정말로 필요한 시설인지, 예산을 투입할 가치가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안순자 팀장, 김수미, 박태성, 최범규, 조혜진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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